막 햇병아리 약사가 되었을 때, 필자의 눈에는 세상에 오직 두 종류의 사람만 있었다. 내가 아는 지식이 적용될, 즉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하지만 세상에는 참 많은 종류의 ‘사람’과 ‘질병’이 있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연구직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기성 의약품의 사용자인 임상약사에서 의약품의 연구∙개발자, 생산∙제공자로 위치가 바뀌자 세상을 보는 시야도 함께 변하였다. 그리고 리더가 되자 팀과 프로젝트를 책임지면서 당시 막 국내에 소개되던 ‘4세대 R&D’를 직접 실천하고 싶어졌다. 이후로 필자의 직역이 연구개발(R&D)에서 전략 및 사업개발(BD)로 확장되고서 ‘고객(customer)’과 ‘시장(market)’의 의미를 조금 더 성찰할 수 있었다. 

연구개발에도 다양한 수준과 단계가 존재

1867년 독일의 화학회사 BASF가 최초의 부설 R&D연구소를 설립한 후에 GE, Bell Lab, Kodak 등은 독립적, 무간섭 환경을 강조하며 중앙연구소를 외딴 시골에 설립했는데, 이를 제1세대 R&D 연구소라고 부른다. 당시 1세대 R&D는 전략체계 없이 단지 과학적 발견을 위한 비제한적 연구방식이었고, 연구원의 지적호기심에 기초한 직감형 R&D였다. 그래서 1세대 R&D에서는 ‘고객 관점’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다.

1946년까지 2천여개 연구소가 설립되고 2차 세계대전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세계 주요기업들은 연구개발뿐 아니라 상업적 성공을 위해 사업목표와 관련된 요구를 충족시키는 과제에 더욱 집중하는 연구관리기법에 주목하면서, 과제별 특성과 비용, 이익을 계량화하고 목표를 향한 진도관리체계를 도입한 것이 2세대 R&D였다. 이때는 주로 사업부나 마케팅 부서의 의뢰에 기초한 연구개발 활동이 주류였다.

기업은 장기적 성공을 위해 연구소의 성과에 의존하지만 현재의 R&D가 미래에 어떤 성과를 낼지 예측하기 어렵고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제품이 언제 등장할지 알아내기란 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성장과 재정문제를 동시에 조절하기 위해 R&D 투자를 평가하고, 재정적 리스크, 전략적 기획, 기술로드맵 등으로 구성된 ‘기술경영’을 접목한 것이 3세대 R&D이다. 연구과제는 경쟁우위, 리스크, 제품 수명주기, 기술 타이밍, 사업전략 적합성, 자원배분을 포함한 매트릭스군으로 분석하며 기업전략과 기술전략을 통합시켜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창출을 추구했다.

90년대 후반에는 경제, 투자,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혁신과 R&D 실행을 제고한 4세대 R&D가 출현했다. 연구개발의 최종목표는 사업화 였으며, 그래서 R&BD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를 지향했다. 새로운 시장지식과 기술지식의 합성을 위해서는 조직에도 커다란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CTO의 역할도 단순히 기술을 책임지는 것에서 기술개발과 시장창출까지 전체 혁신과정을 책임지는 CInO (Chief Innovation Officer)로 확대되어 기술 주도적 방법과 시장 견인적 방법의 통합이 이뤄지는 R&D시스템을 추구했다. 4세대 R&D의 변화는 비연속적 혁신을 통해 이뤄지며, 이는 기초과학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돌파형 혁신(Breakthrough innovation)’과, 서로 무관해 보이는 기존 과학기술적 지식융합을 통해 신지식과 혁신을 창출하는 ‘융합형 혁신(Fusion innovation)’을 포함했다(그림1). 
                       그림1. 기업 연구개발 체계의 진화(출처: 포스코경영연구원)

새로운 연구개발 이론의 등장

기업들이 앞다퉈 부설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중에 부설연구소의 설립 효과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즉, 전쟁의 어려운 시기를 R&D 역량으로 돌파한 경험과 교훈이 연구개발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동력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개방형 혁신’으로 표현되는 C&D (Connect & Development)가 부각되면서 4.5세대 R&D라 불렸고, 최근에는 새로운 가치창출을 목표로 ‘융합형 R&D를 통해 상상력을 사업화로 연계시키는 I&BD (Imagination & Business Development)를 추구하는 것을 5세대 R&D라고 부른다. 다양한 혁신기법은 종전의 R&D에서 ‘R’을 개선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를 모아 ‘R’을 개선하기 위한 5가지 접근방향을 X&D라고 명명하였다(그림2). 

첫째, L&D (Launching & Development)는 고객의 니즈가 명확하지 않고 빠르게 바뀌는 경우, 시제품을 출시한 뒤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 보완하는 애자일(Agile) 전략을 말한다. 이는 제품개발속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신속히 변화하는 시장의 요구를 즉각적·지속적으로 반영하여 품질과 정확성 제고 및 고객 충성도 확보가 수월하다. 샤오미가 대규모 R&D센터를 운영하는 대신 홈페이지와 SNS로 고객의 의견과 불만을 접수하여 매주 목요일 운영체제와 앱 업데이트에 반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림2. 기술성격에 따른 최적의 연구개발 수행방식(출처: 포스코경영연구원)

둘째, C&D (Connect & Development)란,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의 R&D 역량과 연결시켜 신제품을 개발하는 개방형 기술혁신모델인데, 협력사, 경쟁사, 소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최소한의 R&D 인력과 투자만으로도 혁신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실례로 P&G는 회사에 필요한 R&D과제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외부 아이디어를 구하는 제도를 운영했는데, 실례로서 감자칩 위에 그림이나 글자를 적은 ‘프링글즈 프린트’는 C&D 전략으로서 R&D 생산성은 60%, 성공률은 2배 높아졌다.

셋째, S&D (Seeding & Development)는 신기술 개발 등 전략적으로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인큐베이션하는 방식이다. 실례로 월마트가 2011년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해 온라인 유통기반을 구축하고 기존 오프라인 채널과 통합하여 미래 유통산업을 선도한 것을 들 수 있다. 대다수 제약업체가 바이오 연구의 허브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연구거점을 설립한 것, 2015년 7조5천억원 규모의 기술수출계약을 성사시킨 한미약품의 성과도 S&D를 포함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례이다.

넷째, A&D (Acquisition & Development)는 부족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인수해 추가개발하여 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이다. 구글은 130여개 기업을 A&D했는데, ‘안드로이드’, ‘유튜브’, ‘딥 마인드’(Alphago의 원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글로벌 Big Pharma들도 A&D를 통해 신약개발 소요기간을 단축했는데, 현재 글로벌 매출 상위 20개 의약품 중 13개가 외부로부터 기술획득 후, 추가 개발로 완성한 제품이다.

다섯째, D&D (Data-driven & Development)는 연구개발 프로세스의 절반에 디지털화 및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여 유연성과 민첩성을 강화하고 개발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개발과제 선정단계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부착된 센서로부터 확보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개발방향을 명확히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실례로 제약기업의 R&D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임상단계에 시뮬레이션 기법을 도입한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여 J&J는 신약개발 시간을 40% 단축하고 피험자 수를 60%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시니어 비즈니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움직임

우리나라도 변화하는 시장상황과 고객요구에 부응하려면 앞서 설명한 고도의 연구개발 기법을 잘 활용해야 한다. 5060 세대가 유통업계 소비시장의 블루슈머로 떠올랐는데, 특히 이들을 위한 (1)이동수단, (2)통신·IT기기, (3)가전, (4)주택, (5)유통·인터넷, (6)취미·여가, (7)레저·엔터테인먼트, (8)여행, (9)금융, (10)식품·외식, (11)패션·미용, (12)의료지원 기기/재료 등의 시장이 급속히 확대 중이다.

많은 기업이 50대 New Senior로 타겟시장을 변경하는 이른바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를 모색 중이다. 이는 일본에서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의 은퇴시점인 2007년 이후부터 두드러졌던 현상인데 우리나라는 2030년쯤 인구의 절반이 ‘Senior Business’의 핵심소비자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그림3).
                              그림3. 시니어 비즈니스에서 고려할 영역

글로벌 컨설팅기업 McKinsey에 따르면, 미국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1946-1965년)도 은퇴 후 지금의 생활수준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즉, 액티브 시니어의 비율이 증가한다고 그 전체를 동일집단으로 여기면 곤란하며, 50~64세 액티브 시니어층과 65세이상 모든 연령을 하나로 묶는 이분법적 관점은 다양한 욕구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니어 시장은 노화현상으로 초래된 신체적, 심리ㆍ사회적, 경제적 변화가 연령층에 따라서 다양하게 형성되는 시장이며, 기대수명이 연장되어 고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이므로 우리나라의 약업계 각 분야는 액티브 시니어층뿐만 아니라 65세이상 연령층에 대한 면밀한 요구분석과 세분화를 통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의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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