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혁신을 위한 전략도 생물과 같이 변화한다

우리나라의 약업현장이 혁신되기 위해서 가장 간단하면서 중요한 과제는 미래를 이끌 인재와 전략의 확보이다. 이는 전략적 혜안을 가진 인재를 등용하여 유능한 지도력을 발휘하는 조직(컨트롤 타워)을 구축하고 강화하는 것이라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과 시스템이 구비되더라도 지도자가 능력이 취약하면 우왕좌왕하다가 변화와 혁신의 기회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현재 우리 약업계가 처한 아쉬운 점은 지난 3년간 전 지구적 변화의 물결이라 일컫는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담론과 전략적 방향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코로나19(COVID-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고있다. 다행히 정부와 의료계를 선두로 경제계와 산업계, 교육계까지 엄청난 변화의 충격을 완충시키는데 성공하였고 이제는 사태수습을 넘어 미래비전을 앞다투어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 및 산업 역량을 지닌 국가에서 사회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하는 우수 인재로 구성된 약업계가 미래의 시대적 비전을 제시하거나 달성할 전략수립 역량이 매우 취약하다는 판단에서 약업혁신을 위한 전략적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될만한 경영학 이론과 방법론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경영전략의 개념과 필요성

‘전략(戰略)’이란 군사용어로써 전쟁의 승리를 위해 사용하는 다양하고 정교한 수단을 뜻한다. 영어의 Strategy란 그리스어 ‘Strategos’에서 유래한 것으로 ‘군대’를 의미하는 Stratos와 ‘이끈다’는 의미가 합쳐진 것이다. 그리고 전략은 국가나 기업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자원(예: man, machine, material, money 등)을 적시, 적소에 배분하는 전반적 계획이라고 한다면, 전술(tactic)은 특정한 행동을 위한 세부적인 실천계획을 뜻한다.

경영학자 알프래드 팬들러(Alfred D. Chandler Jr.)에 따르면, 전략이란 프로세스에 선행하며, 프로세스는 구조를 선행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업의 경영전략이란,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한 행동방식을 결정하고 경영자원을 배분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이는 기업이 나아가야 할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 내부, 외부 환경을 분석하여 보유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경영활동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또한, 경영전략이란 기업의 경쟁우위를 제공, 유지시키는 주요한 의사결정 과정이며, 과도한 경쟁상황에서 어떻게 내가 경쟁우위를 소유할 지 체계적,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과정이다. 이에,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경영전략을 통한 구체적 목표설정, 내부·외부 경쟁상황에 대한 이해, 상대가 보유한 자원에 대한 객관적 평가, 그리고 효과적 전략 실행과 결과를 평가, 통제하는 프로세스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요소이다.

경영전략의 시대적 변천

경영전략 방법론도 기업의 환경변화와 시대적 변화, 과학기술 발달에 따른 시장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꾸준히 발전을 거듭했다. 먼저, 1950~1970년대 초반에는 거대 기업집단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업확장세를 이어갈 ‘장기경영 전략’이 필요했다. 사업다각화, 수직계열화된 기업들은 규모가 거대해진 자신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약 5년 정도의 중장기 계획과 세부목표를 수립하는 전략방법론을 앞다퉈 채택하였다.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중반에는 기업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쟁우위확보 전략’이 대세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오일쇼크, 일본과 독일의 세계경제 주도, 글로벌 경쟁시대의 시작으로 이전 세대의 전략론이 쇠퇴하면서 하버드대 경영전문대학원(경전원)의 마이클 포터(M. Porter)교수를 필두로 산업구조와 경쟁전략에 대한 분석방법론이 등장했다. 포터는 산업경제이론을 경영전략분야에 접목시켜서 어떻게 하면 경영자가 외부환경을 이해하여 전략적 사고를 배양할 것인지를 강조하며 타 기업에 대한 경쟁우위를 가지려면 산업특성에 따른 원가나 차별화 우위를 점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하였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중반에는 환경변화 대처능력보다는 아예 환경변화를 주도할 ‘핵심역량 강화 전략’이 등장했다. 미시간대 프라할라드(C.K. Prahalad) 교수와 런던 비즈니스스쿨의 게리 하멜(Gary Hamel)교수는 이전의 환경적응형(environment adaptation) 전략보다는 어떻게 하면 독창성을 강화하며 복제불가한 자원을 개발할지, 기존 경쟁구조를 탈피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이른바 환경창조형(environment creation) 조직운영을 강조하면서 기업성공의 원천이 핵심역량(core competence)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이 남보다 잘하는 수준을 넘어 경쟁기업에 비해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다는 의미로써, 핵심 노하우나 기술, 모방이 곤란한 복합 지식이나 기술의 집합체를 확보하여 경쟁자의 추격을 따돌리는 능력을 말한다. 핵심역량의 기본조건으로는, (1)고객가치 창출(value creation), (2)경쟁자 차별화(distinctive of superior), (3)사업 확장력(leveragable to other business), (4)모방 불허성(difficult to imitate) 등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기업가 정신으로써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 전략’이 강조되었다. ICT 발전에 기반한 인터넷 환경과 함께 벤처기업이 약진하자 전통적 굴뚝산업은 퇴조하였고, 소비자와 공급자간 전통적 관계도 인터넷과 e-비즈니스 등장으로 급격히 변화하였다. 또한, 인터넷의 저변확산으로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새로운 온라인 거대기업이 출현했고, 기존 기업이 가진 경쟁우위를 순식간에 압도할 정도로 IT 벤처기업의 시장가치가 폭발하면서 신경제(new economy)시대로 진입하였다. IT기반 신생 기업은 네트워크 경제성, 경영혁신, 산업표준의 중요성, 전략적 제휴를 강조하면서, 시장 및 기술의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성공신화를 써내려갔다.

2000년대 이후는 지식정보화 사회가 도래함과 동시에 초경쟁시대가 시작되어 기존 경쟁시장을 뛰어 넘는 파괴적 혁신, 블루오션 전략 같은 혁신경영전략 시대가 등장하면서 하버드대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와 인시어드의 김위찬 교수의 ‘혁신경영 전략’이 주목받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과 똑똑해진 소비자로부터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종래의 경영전략을 계승한 ‘존속적 전략’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었다. 즉, 기존 시장질서가 한순간에도 허물어지는 파괴적 변화가 자주 발생하는 시대에 통상적인 ‘점진적 개선’으로는 생존이 불투명하기에 이른바 창조적 혁신에 기반한 ‘시장 파괴적 혁신경영 전략’이 필요해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초경쟁시장에서 생존하는 전략은 다음 두 가지로 구분한다. 먼저, 치열한 기업경쟁 속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기존의 경쟁우위 전략’인데, 같은 일을 경쟁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행하지만 더 뛰어나게 처리함으로써 경영상 효율을 강조하거나 같은 일을 경쟁자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여 원가우위 차별화를 얻는 전략적 포지셔닝이 목표이다. 한편, 경쟁 자체가 필요없는 혁신적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경영 전략’인데, 기존의 경쟁시장에서 살기 위한 ‘존속적 전략’을 탈피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이며, 동시에 파괴적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공간을 만들어 내는 혁신을 의미한다.

경영전략 수립 위한 방법론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 주의할 점은 전략의 내용에 집중하다 보면, 전략의 수립(formulation)과 실행(implementation)이라는 이분법적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 경영은 전략의 수립과 실행단계가 확연히 구분되지 않으며, 종종 수립과 실행이 동시에 이루어지거나 깊은 상호연관성을 가진다. 그래서 경영전략의 수립과정은 그것을 실행할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올바르고 가능한 전략이 된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Guru) 중 하나로 꼽히는 헨리 민쯔버그(Henry Mintzberg) 교수는 경영전략의 의미를 다섯 가지(5-P)로 표현하였다. 첫째,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의 의도적 방향과 지침을 강조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계획(Plan)을 의미한다. 둘째는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 구체적 정책(Policy)이며, 셋째는 특정 환경에서 조직의 위치(Position)로서 이것은 특정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점유한 시장지위를 뜻한다. 흔히 여기까지는 대개 잘 이해하고 초점을 맞춰 전략을 수립한다. 
하지만 여기에 2가지를 더 추가할 때 전략이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넷째, 조직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행동방식인 패턴(Pattern)과, 다섯째, 환경을 인식하는 관점(Perspective)으로 인식의 변화가 추가되어야 전략이 완성됨을 강조한 것이다. 이 2가지를 묶어서 ‘관성(inertia)’이라 표현하는데, 전략이 완성되어 실제 성과를 얻으려면 과거로부터 반복된 행동방식인 ‘조직문화’나 ‘가치’가 변해야 하며, 이를 개인 차원으로 한정하면, 곧 자신의 습관과 생각이 바뀌어야 혁신이 가능함을 강조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개인이나 기업이 고수하던 관성을 바꾸거나 버리지 못한다면 냉엄한 현실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뜻이다. 

민쯔버그 교수는 실제적, 체계적 분석에 기반한 전략이라도 본래의 의도대로 잘 실행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관찰하는 전략이란 100% 확신 하에 수립된 것이 아니라 수시로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여 수정되어 유연성이 높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민쯔버그 교수는 경영전략을 크게 ‘의도한 전략’과 ‘실현 가능한 전략’으로 구분했는데, 이는 실무적 내용과 업무 프로세스를 충분히 고려했을 때 성공적인 경영전략이 완성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의 약업 경영현장에서는 깊은 공부나 성찰 없이 속칭 ‘묻지마 투자’와 비슷하게 취약하거나 남들이 세운 전략을 가감없이 채택하고 심지어 실행프로세스까지 모방해버리는 행태를 흔히 접하게 된다[그림1 참조]. 

그림 1.  투자활동과 유사한 전략수행.
(출처: https://blog.naver.com/vividgrape/221797510567)

법적 특혜와 전략수립을 위한 고뇌의 불균형

약업현장에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점 중 하나는 약업경영자가 자신의 성공경험을 마치 전략과 프로세스의 성과로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신뢰한다는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와 전세계 약업시장의 경쟁강도는 심화될 것이고, 현행 약사법의 보호막은 점차 약화되거나 축소될 것이라 예견된다. 

1일 처방전 접수가 50건에 못 미치는 약국이 전국적으로 50%가 넘는다는 충격적인 통계수치는 현재 약업비즈니스의 주류 모델이 이미 한계점에 도달했고, 이미 약업종사자 사이의 경쟁우위 전략의 실효성도 약화되었기에 약업시장의 후발진입자나 경쟁력이 부족한 자는 약료서비스제공의 전문화와 더불어 경영약학적 역량강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할 부담이 더 커졌다. 

약학교육 6년제 혁신이 국민건강을 위하여 더 유능하고 더 가치 있는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약료기술과 더불어 경영기술의 강화도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언택트(untact) 중심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경쟁력을 고양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원격의료사업’을 주요정책으로 추진하려 한다. 

약 70년 지속된 우리나라 약업비즈니스 모델은 지난 2000년도 의약분업때에 이어서, 2016년에 전세계적으로 파란을 일으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물결이 코로나19를 계기로 20년만에 새로운 변혁의 시기로 아주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약사법의 특혜기간을 자각하지 못하고 주어진 골든타임을 미래를 위한 전략수립을 위해 고뇌하지 않는다면 그 불균형의 대가가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

<필자소개>
방준석 교수(숙대약대)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약국, 병원, 제약회사, 연구소 등에서 활동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약학대학의 임상약학 교수이자, 경영전문대학원의 헬스케어MBA 주임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약사이자 약학자로서 약과 약사, 약국과 약업은 물론, 노인약료와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의 혁신과 발전방안을 연구하여 사회의 각계 각층과 교류하며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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