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탈모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약을 쓰면 도움이 되는 경우와 약을 써도 별 소용이 없는 경우다. 먼저 원형 탈모를 살펴보자. 동전 모양으로 머리가 빠지는 원형 탈모는 인구의 2%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증상의 정도나 범위에는 차이가 있지만 원형탈모는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특별히 약을 쓰지 않아도 1년 내에 저절로 낫는 환자 비율이 절반 이상이다.

이런 경우에는 특정 약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는 임상 시험을 제대로 시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스테로이드를 해당 부위에 주사하기도 하고 바르는 약이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들 약에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원형 탈모가 왔을 때 그걸 경험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는 만만치 않다. 뭐라도 써서 빨리 낫고 싶은 마음이 크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대응하다가 비용을 낭비하는 사람도 종종 본다.

원형 탈모의 경우 가만히 둬도 낫는다는 사실을 악용해서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장비나 약초를 권유하기도 한다. 본인이 원형 탈모가 아닌가 의문스러울 때는 가까운 병의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부터 받자. 약으로 치료해볼 것인가 아니면 기다려볼 것인가는 개인적 선택이다. 하지만 약물 치료를 받기로 결정할 경우에도 엄청난 비용이 들지 않는다. 현대 의약학에 대한 지식이 머리카락과 지갑을 동시에 지켜줄 수 있다.       

안드로겐성 탈모(남성형 탈모)는 원형 탈모에 비해 훨씬 더 흔하다. 미국에서는 40세~49세 남성의 53%가 안드로겐성 탈모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반해 한국 남성의 40-49세 안드로겐성 탈모 비율은 11%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한국 남성의 경우 머리가 빠지는 비율이 낮은 대신 머리가 가늘어진다. 여성 탈모와 유사한 패턴이다. 두피를 보면 숱이 많은 상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머리카락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고 짧은 모발의 비율이 늘어난다.

미녹시딜은 본래 항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다가 탈모치료약으로 재발견된 약이다. 미녹시딜을 두피에 발라주면 모낭으로 연결되는 피부의 혈액 흐름을 증가시키고 모낭을 비대하게 만들어서 모낭의 성장기를 연장시킨다. 미녹시딜을 발라주면 휴지기 모낭이 다시 성장기로 들어가면서 처음에는 머리가 더 빠지는 경우도 있다.

미녹시딜을 바르고 첫 두 달 동안에 머리가 더 빠진다고 약의 사용을 너무 일찍 중단해서는 안 된다. 하루 두 번씩(여성의 경우 제품에 따라서는 한 번씩) 최소한 4개월 정도 꾸준히 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발이 자라는 효과가 안정될 때까지는 12-18개월이 걸리므로 1년 이상 꾸준히 써보고 나서야 약효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미녹시딜은 탈모를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약이 아니다.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4개월이 걸리는 것처럼 반대로 사용을 중단하면 4개월 이내에 탈모가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한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DHT라는 남성호르몬 때문에 점점 더 악화된다. DHT는 테스토스테론보다 더 강력하게 앞머리 부위에 있는 모낭 DHT 수용체에 결합한다. 그 결과 모발 단백질 합성이 저하되고 모발 성장이 줄어든다. 그런데 얼굴 모낭에서는 DHT가 반대 작용을 하여 모발을 성장시킨다.

나이 들면서 남성호르몬의 작용이 정수리 모낭에서는 머리가 빠지는 쪽으로 작용하고 코털, 귀털 같은 다른 부위의 털은 더 길고 두껍게 자라도록 만드는 것이다. 머리숱은 줄어드는데 코털과 귀털은 자꾸 더 자라는 배후에는 DHT라는 남성호르몬이 있었던 것이다.

운동선수들이 오남용하여 종종 문제가 되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남성호르몬 수치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남성형 탈모의 치료약인 피나스테리드는 이와 반대로 남성호르몬 전환을 막아서 탈모를 줄여준다. 테스토스테론이 효소에 의해 DHT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DHT는 안드로겐 수용체에 테스토스테론보다 5배 더 강하게 결합하므로 탈모 진행을 더욱 가속화한다. 피나스테리드는 여성에게는 사용할 수 없는 약이지만 남성 탈모 환자의 경우 탈모가 줄어들고 모발 성장을 증가시켜준다. 이 약 역시 3-6개월은 매일 복용해야 효과를 보기 시작하고 눈에 띌 정도로 효과를 보려면 1년은 복용해야 한다.

이 약 또한 탈모의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약은 아니다. 아직 그런 약은 없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된다. 효과도 사람마다 달라서 탈모 전처럼 머리숱이 많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탈모 진행을 늦추는 정도에 불과한 효과에 만족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게 약을 잘 알고 쓰면 탈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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