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약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야기는 늘 대중의 관심을 끈다. A약과 B약을 함께 복용할 때 효과가 떨어지거나 반대로 부작용이 증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에 더해 약과 음식의 상호작용이나 약과 건강기능식품의 상호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하면 약과 약의 충돌이 생길 확률은 한 사람이 약을 네 가지 이상을 사용할 경우 급격하게 증가한다. 따라서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 중인 사람은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으면 이상적이겠으나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호작용도 있다. 약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한 가지 특정 약을 복용 중일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가에 집중되어 있고 여러 가지 약을 복용 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더라도 실제 환자가 약을 복용할 때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모두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신약이  승인되어 판매가 시작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surveillance, PMS)를 통해 부작용이나 약물 상호작용에 대해 계속 추가 자료를 모아야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컴퓨터로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약의 상호작용을 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찾아내는 일도 가능해졌다. 대표적으로 2011년 미국에서 약을 복용중인 환자들이 인터넷 검색 엔진에 어떤 부작용에 대해 찾아보는가를 분석하여 약과 약의 상호작용을 찾아낸 사례가 있다.

연구진은 항우울제와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를 함께 복용할 때 상호작용을 찾아냈다. (연구를 주도한 러스 알트만의 Ted 강연 동영상으로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한글 자막도 있고 내용도 흥미로우니 꼭 한 번 보시길!
https://www.ted.com/talks/russ_altman_what_really_happens_when_you_mix_medications?utm_campaign=tedspread&utm_medium=referral&utm_source=tedcomshare)

연구진은 먼저 고혈당과 관련된 키워드 50가지를 파록세틴이라는 항우울제와 함께 찾아보는 사람(기준보다 2% 증가), 프라바스타틴이라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와 함께 찾아보는 사람의 비율(기준보다 3% 증가)의 비율을 살폈다. 다음 단계로 파록세틴과 프라바스타틴, 두 가지 약을 고혈당 키워드와 함께 검색하는 사람의 비율을 확인해보았더니 기준보다 무려 10%나 증가했다.

두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사람들이 유독 다른 사람보다 고혈당에 대해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 두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에 상호작용으로 고혈당 부작용이 증가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상호작용이 약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대개 이들 두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에 혈당에 이상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약인 프라바스타틴과 항우울증 약인 파록세틴이 왜 이런 상호작용을 일으키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른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더라도 왜 그런 건가 자세한 기전을 밝혀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앞서 언급한 파록세틴과 프라바스타틴의 상호작용은 왜 그런가 밝혀내기 위한 후속 동물실험 연구 결과가 3년이 지나 2014년에 발표되었는데 연구자들은 두 약을 함께 복용하면 인슐린 분비를 줄이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두 약을 함께 복용할 경우 체내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종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다행히 모든 약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건 아니다. 약과 약의 상호작용이 있다고 해서 항상 심각한 수준의 독성이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면서 약 복용을 계속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특정 약을 중단하고 다른 약으로 바꿔줘야 할 때도 있다.

이들 상호작용을 모두가 외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중인 의약품 안심서비스-DUR을 통해서 일차적으로 상당부분이 걸러지고 약사가 약을 조제할 때 상호작용이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을 통해 추가로 상호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이 처방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음식이 복용 중인 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약의 상호작용을 피하려면 새로운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기 전에 항상 약사와 상담을 해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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