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상처치료약 이야기

정재훈 약사
2020-09-16 10:28

▲ 정재훈 약사
가벼운 상처에는 어떤 연고를 쓰는 게 좋은가? 많은 사람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다. 일반적 답은 처음에는 후시단 같은 항생제 연고를 쓰고 이삼일 뒤에는 마데카솔처럼 상처 치료를 보조하는 연고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원래 마데카솔 연고는 흔히 병풀이라고 부르는 식물(센텔라 아시아티카) 정량추출물을 함유한 약으로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여 새살이 생성을 돕는 약이고 후시딘은 퓨시드산이란 항생제 성분이 들어간 약이다.

처음에는 항생제를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기존 마데카솔에 항생제(네오마이신)를 추가한 제품이 주류가 되었다. 뮤피로신 성분의 항생제 연고나 3가지 성분의 항생제가 들어있는 연고(바시트라신, 네오마이신, 폴리믹신)도 종종 쓰인다.

코를 너무 세게 풀거나 코를 후비는 사람의 경우 콧속에 딱지가 생기거나 염증이 생길 수 있는데 뮤피로신 성분의 항생제 연고는 이때 자주 쓰인다. 손에 살다가 코 점막으로 이사 온 포도상구균으로 인한 감염을 치료 또는 예방하기 위해서다.

세 가지 항생제(바시트라신, 네오마이신, 폴리믹신)를 함께 섞은 연고를 쓰는 것은 내성균의 등장을 막기 위함이다. 네오마이신은 피부에 발랐을 때 과민반응이 나타나는 비율이 높은 편이라 북미에서는 이 성분은 빼버리고 바시트라신과 폴리믹신 두 가지만 배합하여 만든 항생제 연고도 많이 쓰인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상처에 어떤 연고를 쓰는 게 좋은가에 대한 답으로, 가벼운 상처에는 연고를 쓸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면 조금 뜬금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오염된 상처가 아니라면 연고를 쓸 이유가 없다.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상처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

바르는 항생제 연고를 불필요하게 너무 자주 쓰면 항생제 내성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땅에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는 흙먼지나 이물질로 인해 상처가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고 소독, 지혈 뒤에 항생제 연고나 크림을 발라 주는 게 좋다.

세척은 멸균식염수, 정제수로 해주면 좋지만 흐르는 수돗물로 씻어줘도 무방하다. 2012년 코크란 리뷰에서는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상처 세척에 수돗물을 사용한다고 해서 감염률이 증가하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소독제로는 과산화수소수보다 포비돈 요오드가 효과가 뛰어나다.

소독용 알코올은 소독 효과는 있으나 상처부위를 손상, 자극할 위험이 커서 피하는 게 좋다. 연고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상처에 진물이 나는 경우 연고는 상처 치유를 지연시킬 수 있다. 연고는 물보다 기름과 친하여 수분 통과를 방해하여 상처 부위를 너무 습하게 만들어서 짓무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연고를 바르지 않고 가벼운 세척, 소독 뒤에 그냥 습윤드레싱이나 습윤밴드만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습윤드레싱은 상처에 진물이 지나치게 나오면 흡수하고 반대로 상처가 너무 건조하면 수분을 공급하여 상처가 촉촉함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이렇게 하면 딱지가 생기지 않고 습윤한 환경에서 상처가 더 빨리 낫고 흉터가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딱지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에 그래도 되나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과거에는 상처가 나면 공기 중에 방치해서 딱지가 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거즈나 밴드로 덮어주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그렇게 딱지가 생기면 오히려 상처 회복을 방해하고 흉터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게 최근 견해다.

습윤드레싱은 상처를 적당히 촉촉하게 유지하면서 세균 침입을 막아 치유를 도와준다. 보통 하루 이틀 정도는 붙여두어도 무방하지만 붙인 부위에 외부에서 물이 들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갈아줘야 한다. 습윤밴드나 습윤드레싱이 없을 때는 상처 부위에 위에서 설명한 연고나 크림을 바르고 일반 밴드나 거즈를 붙여주면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단 아직 지혈이 안 된 경우에는 연고나 크림이 지혈을 방해할 수 있고 진물이 나는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상처가 너무 깊거나 범위가 넓을 때는 응급조치를 취하고 나서 즉시 가까운 병의원에 방문해야 한다. 반려동물이나 사람에게 물렸을 때도 감염 위험이 있으므로 병의원에 방문하는 게 안전하다. 상처 정도나 오염 위험이 병의원을 가야하는 경우인지 아니면 셀프케어로 가능한지 잘 모를 때는 의사, 약사와 상의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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