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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환자의 경우는 얼음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1997년 대만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얼음물을 마신 뒤 천식이 있는 어린이는 47%, 그렇지 않은 어린이는 4%가 기침했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의 경우에도 가벼운 감기를 앓고 난 뒤에 기침을 유발하는 감각 경로가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찬 공기나 찬 음료에 반응하여 기침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부비동염을 앓거나 위식도 역류성 질환이 있는 사람도 기침하기 쉽다. 과식한 직후나 다음 날 기침은 위를 채운 음식이 위산과 함께 식도로 역류하여 자극하여 유발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과식을 피하는 게 제일 좋긴 하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과식을 하고 난 뒤라면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는 것도 기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위에 열거한 경우는 비말에 바이러스가 들어있지 않으니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전무하지만 과식을 해서 그렇다, 그냥 내 기도가 민감해서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없고 그런 설명을 한다고 옆 사람이 온전히 믿고 안심할 가능성도 낮아 난감한 경우가 많다. 바깥에 잠시 나가서 옷소매나 티슈로 입을 가린 채 기침을 하고 들어오는 게 최선이다. 무설탕 캔디나 로젠지를 천천히 녹여 먹거나 따뜻한 커피나 티를 마시면 기침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일부 항고혈압약(ACEI, 베타차단약), 소염진통제(NSAID)와 같은 약물이 기침의 숨은 원인일 때도 있다. ACEI 계열의 항고혈압약 복용시 기침 부작용은 아시아인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약 부작용으로 기침이 지속될 경우는 약을 다른 종류로 바꾸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약을 일정 기간 끊었다가 다시 사용하면 기침이 줄어들 수 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이런 조치는 의사, 약사의 상담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가벼운 기침으로 조금 불편한 정도일 때는 크게 두 가지 약을 쓸 수 있다. 하나는 진해제, 다른 하나는 거담제이다. 진해제는 기침의 역치를 높이고 기침 회수를 줄여 주어 불편감을 줄여주는 약이다. 대표적으로 덱스트로메토판이란 약이 자주 쓰인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도 항콜린 작용이 있으며, 중추적으로 작용하여 기침의 역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졸리고 입이 마르는 부작용이 단점이다. 기침은 안 하는데 입 냄새가 심해지면 마스크를 쓰고 다닐 때 고역이 될 수 있다.
거담제는 끈끈한 점액을 묽게 하여 제거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약이다. 거담제의 작용은 마늘, 생강,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일시적으로 호흡기 점액이 묽어지는 반응과 비슷하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위장 점막을 자극하고 미주신경반사로 점액이 더 많이, 묽게 분비되도록 한다. 위장을 보호하는 점액을 더 많이 분비하여 매운 음식으로부터 방어하려는 것인데 이 때 동시에 비강과 기도의 점액도 묽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구아이페네신 같은 거담제를 정맥에 주사하면 효과가 없다. 입으로 삼켜서 위장 점막에 직접 접촉했을 때 약효가 나타난다. 거담제를 지나치게 많이 복용하면 오심,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생기는 것도 이들 약이 기본적으로 위장을 자극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진해제와 거담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이론상 거담제가 점액을 묽게 하면 그걸 기침으로 제거해주는 게 좋은데 진해제가 거꾸로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해제와 거담제는 임상 연구의 양에 비해 효과에 대한 근거가 적은 편이다.
가습기를 이용한 습도 조절, 무설탕캔디, 충분한 수분 섭취도 근거는 부족하지만 실제 써보면 만족도가 큰 편이다. 단, 기침이 2~3주 이상 지속되거나 더 악화되는 경우, 열이 나고 숨이 차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질 때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가까운 병의원부터 방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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