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약마다 복용 타이밍이 다르다. 약사에게 약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어떤 약은 매일 밤 자기 전에 먹으라고 하고 또 어떤 약은 아침에 먹으라고 할 때가 있다. 왜 이렇게 다를까?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약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약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 부작용을 피하기 위한 경우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저녁 늦게까지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밤잠을 설치게 된다. 감기약, 두통약, 근육통약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서, 숙면을 위해서는 오후 늦게 이른 저녁부터는 피하는 게 좋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우울증 증상이 완화되면서 잠이 더 잘 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다. 항우울제 복용으로 잠이 안 오는 경우는 약을 매일 아침에 복용하고 반대로 약 복용 뒤 졸린 사람의 경우는 저녁 복용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약에 따라 사람에 따라 부작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항우울제라도 플루옥세틴, 설트랄린, 벤라팍신은 중추신경계를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서 주로 아침에 복용하고 파록세틴, 플루복사민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서 대개 저녁에 복용한다. 일반적으로 그런 것이고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반대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감기약, 알레르기 비염 약에 흔히 포함된 비충혈제거제(코 막힌 걸 뚫어주는 약) 성분은 숙면을 취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악몽이나 생생한 꿈을 꾸게 할 수 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밤에는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서 몸이 편안하게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코를 뚫는 약 때문에 방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약들은 가급적 낮부터 이른 저녁까지만 사용하는 게 좋다.

경구 피임약의 경우는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아침에 복용하면 구역(오심), 구토와 같은 부작용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사람의 경우 저녁 복용이 낫다. 햇빛으로 인한 색소 침착, 기미를 우려하는 경우에도 저녁 복용이 조금 더 안전하다.  
    
반대로 약효를 높이기 위해 저녁에 복용하는 약도 있다. 대표적 예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복용하는 이상지혈증약이 있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늘 일정한 속도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자는 중에 제일 많이 만들어진다. 쉽게 말해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 합성효소는 한밤중부터 이른 아침까지 제일 열심히 일하고 정오에는 천천히 쉬면서 일한다.

그래서 간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스타틴은 주로 밤에 복용한다. 스타틴 중에서도 로수바스타틴이나 아토르바스타틴은 작용 시간이 길어서 언제 복용해도 무방하다. 아침에 복용해도 저녁까지 약이 남아서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적의 효과를 위해서는 저녁 식후 또는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게 좋다.

남성의 전립선 비대증에 사용하는 약도 저녁에 복용하는 게 좋다. 알파차단제(독사조신, 테라조신)라고 불리우는 전립선 비대증 약은 원래 항고혈압약으로 개발되었던 만큼 혈압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 특히 오랫동안 눕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났을 때 혈압이 제대로 상승하지 않는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해 쓰러질 위험이 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지만 쓰러지다가 가구 모서리나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기립성 저혈압 부작용은 특히 처음 이 약을 복용하거나 용량을 늘릴 때 잘 나타난다. 저녁에 복용하면 부작용을 줄이면서 약에 적응되도록 할 수 있다. 반대로 밤중에 자면서도 혈압이 잘 떨어지지 않는 사람의 경우는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혈압약을 자기 전에 복용할 수도 있다.   

자극성 변비약(완하제)을 저녁에 복용하는 것도 효과를 제대로 끌어내기 위함이다. 약이 대장까지 도달하는 데 6~12시간 정도가 걸리므로 약을 자기 전에 복용하면 대장 운동이 가장 활발한 아침 식후에 약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아침, 저녁을 따져가며 복용해야 하는 약이 많지는 않다. 대부분의 약은 일정 시간에 복용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시간에 복용을 권장하는 경우는 이유가 있다. 그럴 때는 시간대를 잘 지켜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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