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재훈 약사
약은 변비의 위험 요인 중 하나다. 약이 변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원래 변비가 있던 사람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약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항우울제나, 항고혈압제, 항경련제(항전간제), 항히스타민제, 항콜린제, 알루미늄 성분을 함유한 제산제, 진경제, 철분제, 칼슘제,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약이 대표적이다.

중장년층의 경우 장운동이 느려져 변비가 생기거나 당뇨나 갑상선 질환과 같은 만성 질환의 합병증으로도 변비가 생길 수 있는데  약으로 인해 이러한 기존의 변비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약이 변비를 일으키는 기전은 다양하다. 알루미늄 함유 제산제는 덜 익은 과일과 비슷한 방식으로 변비의 원인이 된다. 알루미늄이 떫은맛을 내는 과일 속 타닌처럼 장에서 수렴 작용을 하여 장 점막에서 수분의 분비를 줄이고 연동 운동을 늦추는 것이다.

칼슘제는 조금 더 복잡하다. 장내미생물이 소화되지 않은 수용성섬유질을 분해해서 생기는 단쇄지방산이 장운동을 촉진시키는데, 칼슘제는 아마도 이런 지방산과 반응하여 비누를 만들어서 장운동 촉진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생각된다. 항콜린제, 마약성 진통제와 같은 많은 약은 장운동 자체를 늦춘다. 하지만 어떤 약이 정확히 어떻게 변비를 일으키는지 모르는 경우도 아직 상당히 많다.   

내가 변비인 것 같다고 다 변비는 아니다. 하루에 세 번 배변이 정상인 사람도 있고 일주일에 세 번이 정상인 사람도 있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특정한 약을 복용하면서 변을 볼 때 무리한 힘이 필요하거나 대변이 너무 딱딱하게 굳을 때가 종종 있거나, 변을 볼 때마다 시원치 않고 뭔가 불완전한 느낌이 있거나 또는 꽉 막힌 듯한 느낌이 계속 될 때, 또는 일주일에 변을 보는 회수가 3번 미만이 되었다면 약으로 인한 변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약 때문에 변비가 심해진 듯하면 참지 말고 의사, 약사에게 말하자.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서 자꾸 배에 힘을 주다보면 혈압을 높여 심혈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드물지만 이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약을 복용하다가 변비가 생길 때 신속하게 의사, 약사와 상담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변비 유발 가능성이 있는 약을 복용하게 된다면 미리 변비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하루 1.5리터 이상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한다. 한 번에 이 많은 양을 다 마실 수는 없으니 두세 시간에 한 컵씩 하루 6-8잔을 마시도록 한다. 노인의 경우 자신에게 필요한 수분양보다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신장 질환 등으로 특별히 수분섭취 제한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수분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 채소를 많이 먹고, 운동량을 늘려주는 것도 장운동을 자극하여 배변을 쉽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화장실 가는 시간도 규칙적인 습관으로 만들면 좋은데, 하루에 한 번 가는 경우라면 아침 식사 직후 10분 남짓한 시간이 장운동이 제일 활발하여 배변에 최적 타이밍이다. 화장실에 가는 걸 미루는 습관은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 모든 예방 조치를 취해도 약으로 인한 변비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뒤에 목이나 등의 통증이 심해서 아편계열 진통제를 반드시 써야 하는데 이럴 때 생활습관을 조정해주는 것만으로는 변비 예방 효과가 충분치 않다. 삼투성 또는 자극성 완하제를 함께 복용해야 변을 편하게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변비약 처방이 추가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는 변비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 2016년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변비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가 넷에 하나라고 한다.     

끝으로, 약 때문에 변비가 의심이 되는 경우에도 의사, 약사와 상담 없이 혼자 약 사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고혈압이나 심장질환이 있어서 약을 복용하다가 변비가 있다고 스스로 약을 끊었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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