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또 가짜 처방전

약업신문 편집부
2017-07-05 09:28

 

▲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미스터 윌리엄이 미세스 윌리엄의 약을 픽업하러 오셨다. 컴퓨터를 보니 일주일 전에 이미 픽업하셨다. Already picked up! 하니 마나님이 왜 헛걸음질 시키나 하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참 있다 전화를 걸더니 와이프가 픽업 안 했다는데 다시 한 번 봐 달라고 했다.

 

다시 보니 6월 7일 5시 5분에 픽업해 간 기록이 보인다. 픽업한 게 확실하니 잘 찾아보시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약을 아무데나 놓고 못찾는 경우도 있고 약이 향정신성약인 Klonopin이라 약을 남용하려는 수법같기도 해서 내 응대가 좀 퉁명스러웠다.

다음날 미세스 윌리엄이 전화를 했다. 막 화를 내면서 나는 그 약국에 간 적도 없는데 언제 누가 내 약을 픽업했냐고 따진다. 어, 그래요? 미세스 윌리엄 파일을 보니 정말로 우리 약국에 온 적은 딱 한 번, 그 약을 픽업 한 날 밖에 없다.

그럼 처방전을 한 번 봅시다요. 처방전을 보니 뭐 특별히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환자 이름과 약 이름, 의사 이름, 필체, 그리고 전화 처방전도 아니고 닥터 오피스에서 발행한 처방전이고, 의사 주소, 서명, 모든 게 looks like perfect! 틀림없이 픽업 하셨으니까 잘 찾아보시라고 달래서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처방전을 보자. 어, 여기 환자 전화번호가 있네. 처방전을 받을 때 받아 둔 전화 번호가 처방전에 있었다. 전화번호까지 적어 준 걸 보면 더욱 더 가짜 처방전 같진 않은데... 어쨌든 전화를 한 번 걸어 보자. 전화를 걸어 보니 젊은 친구가 받는다.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난다. 처방전을 가져 온 젊은 청년, 한 5분쯤 기다린 다음 약을 픽업해 갔다.

미스터 윌리엄을 바꿔 달라니 금방 바꿔 준다. 방금 전화를 받은 친구가 약을 픽업한 거라고 했더니 자기 조카란다. 알고 있다고. 그래요? 그런데 왜 자꾸 귀찮게 하는 겨? 그러니까 조카가 약을 픽업 했는데 서로 연락이 잘 안된 건가요? 그렇단다. 그럼, 이제 상황 종료입니다. 다신 귀찮게 하지 마세여. 그가 알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다음날 미세스 윌리엄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내 약 내놔라!" 잡아 먹을 기세다. 같은 말 반복. 난 너네 약국에 간 적 없다. 누가 내 약 가져갔냐? 당장 내놔라. 화가 잔뜩 난 미세스 윌리엄은 내가 말 할 틈을 주지 않고 쏟아 붓는다.

조카가 픽업했다니까요! 나도 소리를 같이 질렀다. 이렇게 하면 그런가? 하며 기가 죽을 줄 알았는데 '난 조카가 없어!' 한다. 에잉? 그럼 그 젊은 친구는 누구야? 그리고 그 미스터 윌리엄은? 목소리가 달랐나?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여 상황을 다시 파악한 후 전화를 준다 하고 미세스 윌리엄을 진정시키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로 그 처방전에 있는 전화로 다시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속았다! 가짜구나! 몇 번을 걸어도 같은 메시지. 몇 시간 전만 해도 같은 번호로 통화를 했었는데... 이것들이 들통날 까봐 그 사이에 전화를 해지했다.

확실히 모르니까 의사에게 팩스를 보내 처방전의 서명을 확인해 달라고 했다. 다음 날 의사는 예상대로 자기 서명이 아니라고 확인 전화가 왔고 미세스 윌리엄에게 전화로 처방을 주었다.

즉시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미세스 윌리엄의 지난 번 클레임은 가짜이니 지워달라고 하고 미세스 윌리엄에게 그 동안의 오해를 사과하고 약을 픽업해 가시라고 했다. 그리고 Fake Rx 보고를 담당자에게 하고 기나긴 상황을 종료하였다. 한두번도 아니지만 이번엔 정말 완벽하게 속았다.

*본 칼럼 '위싱턴 약국일기' 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은 HIPAA Rule에 의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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