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7일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항생제사용량이 34.8 DDD(Defined Daily Dose)로 집계되어 OECD 국가 중 1위이다. 이 수치는 하루 동안 1000명중 34.8명이 항생제 처방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 항생제 처방은 의약품사용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826.9 DDD에서 꾸준히 늘어 201330 DDD를 넘어섰고 201431.7 DDD로 정점을 찍은 뒤 201531.5 DDD로 미미하게 줄었다가 2016년에 다시 전년에 비해 10.4%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OECD 건강통계 2017’에 보고된 2016년 기준 OECD 평균항생제 소비량은 21.1 DDD로 국내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적게 처방하는 스웨덴 13.7 DDD2배 이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항생제 내성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국민보건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별 항생제 내성률은 한국 67.7%, 일본 53%, 프랑스 20.3%, 영국 13.6%이다. 항생제의 내성이란 세균이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생겨 항생제의 효과가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항생제 내성이 발생하는 원인은 항생제의 오남용 때문이다. 병원성 세균이 항생제 내성을 갖게 되면 치료가 어려워 심한 경우 환자의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한국의 항생제사용량은 OECD국가 중 1위이다

우리국민의 의약품사용실태를 보면 총진료비 중에서 약제비가 점유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2015년 기준 32.4%OECD국가 중 1위이어서 의약품 과다사용에 따른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의료보험 진료환자 중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85.8%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특히 입원환자에 대한 처방비율은 99.1%에 이르고 있다. 의료보험 진료환자 중 주사제를 처방받은 환자의 비율은 56.6%WHO의 권장치인 17.2%에 비하여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처방을 받은 의약품의 종류()는 외래환자가 4.2, 입원환자가 6.3종으로 WHO 기준인 1~2종에 비하여 많은 실정이다. 의료보험진료환자에 대한 항생제 처방비율은 58.9%WHO 권장치인 22.7%에 비해 매우 높다. 항생제의 사용 적합율은 평균 67.4%로 나머지 경우에는 감염에 대한 뚜렷한 확증이 없이 예방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항생제는 약제비 중 33.1%를 차지하므로 내성율 증가 이외에 약제비 절감 차원에서도 의약품의 적정사용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또 약제비 중 주사제 처방비율은 33.4%로 약제비의 1/3을 주사제가 차지하고 있으며 주사제는 경구약보다 5~40배 정도 고가이다. 이와 같이 항생제를 비롯하여 의약품의 사용량이 WHO의 권장치를 훨씬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의약품의 오남용은 의료전문인만이 고민할 일이 아니고 전국민이 관심을 가져야할 심각한 문제이기에 지난날 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고자 의약분업실시를 앞장서 제안했던 사람으로서 의약품의 오남용문제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길이 없을까하여 지난 일을 되돌아보면서 이 글을 쓴다.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을 때가 의약분업 실시의 최적기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하여 선진국에서 실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보사부가 의약분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1982년경부터이다.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위하여 실시당사자인 의학협회와 약사회가 참여하는 의약분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 위원회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전에 분업을 실시할 적당한 지역을 선정하여 시범의약분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의약분업을 할 수 있는지 결정하기로 하였다. 의약분업 방식은 처방발행을 의사의 자율에 맡기는 임의분업과 서구식 완전분업방식이 의약사단체간에 팽팽히 맞서 두 방식 모두 시범분업을 실시한 후에 그 성과에 따라 의약분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 보사부는 1982년 7월 1일부터 목포시에서 시범적으로 의약분업을 실시하였다. 당초 시범사업으로 강제분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던 방침을 의학협회의 요청으로 임의분업을 먼저 시행하게 됨에 따라 약사회가 집단반발하여 약국 폐문사태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시범분업실시 하루 전에 보사부 김정례 장관이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에 참석하여 회원들을 설득하였다(1982.7.1. 한국일보 기사)

시범분업을 실시한 결과 임의분업은 의사의 처방발행실적이 저조하여 실패하였고 서구식 강제분업은 성공적이어서 기대했던 성과가 나와 시범분업에 적용했던 분업방식을 채택하여 의약분업을 실시하기로 보사부 방침이 확정되었다. 의학협회와 약사회의 협의를 걸쳐 시범분업을 실시한 후 2년여의 노력 끝에 어렵게 의약분업실시방침이 결정된 것이다(1997.7.17, 7.21일 필자가 기고하여 약업신문에 게재한 목포시 시범의약분업의 값진 경험 참조).

의약분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의사의 처방발행방안은 필자가 제안한 방안으로 응급환자 등 처방을 발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예외를 두기로 한 것으로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의약분업방식이다.

보사부방침이 결정됨에 따라 약사법 개정 등 그 후속 조치를 준비하고 있던 19852월경 정부 개각이 있었고 이때 보사부장관도 교체되었다. 신임 장관께서는 보사부 현안사항에 대한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의약분업의 실시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였고, 그 실시를 보류할 것을 지시하였다. 필자는 당시가 의약분업을 실시할 적기라고 판단하였고, 지금까지도 그때 의약분업의 실시가 연기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필자가 당시를 의약분업 실시의 적기로 보았던 이유는, 첫째, 시범사업이 성공하면 의약분업을 실시하기로 의학협회와 약사회간에 합의가 되어 있어서 의약분업실시의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어 있었고, 둘째, 당시는 아직 항생제 내생의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약분업의 시행으로 인한 효과가 그만큼 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15년이 지난 200071일에 의약분업이 실시되었다. 한림대학 차흥봉 교수가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부임한 후에 의약분업이 실시된 것으로 차흥봉장관은 지난날 의약분업을 실시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벌이던 시기에 보사부 사회보험국 보험제도과장 자리에서 시범사업을 도우신 분이다. 차장관은 1999년경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부임한 후 필자에게 연락하여 지난날의 의약분업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여 1997년 약업신문에 게재한 목포시 시범의약분업의 값진 경험의 기고문 등의 자료를 제공하면서 의약분업에 대하여 자문한 바 있었다. 필자의 자문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의약분업을 실시하신 차장관님과 수고한 모든 관련 공무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의 의약품오남용 실상

의약품의 오남용 실상과 관련하여 필자가 지난날 병원 현장에서 경험했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1978년 약정국 약품수급담당관직에서 국립의료원 약제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필자가 부임한 시기가 그해 8월이었는데 약품비 예산을 다 쓰고 남아있지 않아 재고가 없는 의약품을 구입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 때 진료부에서 병원에 재고가 없는 의약품 2~3종을 요청하였다. 이 중 두 품목은 항생제이고 한 품목은 일반의약품이었다

필자는 환자의 진료에 지장을 주어서는 아니되므로 병원이 보유한 재고부터 확인하였던바 항생제는 페니씰린제제인 앰피씰린캡슐과 아목사씰린캡슐을 비롯하여 테트라사이클린, 클로람페니콜 등의 제제의 재고가 상당기간 쓸 수 있는 양이 확보돼 있었고 진료부에서 요청한 일반의약품은 오래 전부터 써오던 제품의 유도체이었는데 종전에 쓰던 제품(주사제)은 약국제제실에서 제조하여 상당기간 쓸 수 있는 재고가 비축돼 있었다

진료부에서 요청한 항생제는 2,3세대 항생제로 쓰여지는 세파로스폴린계 항생제의 주사제이었는데 약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항생제로 대체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자 절차를 거쳐 항생제를 사용한 환자들의 의무기록을 찾아보았다. 이 병원에서 검사한 항생제의 감수성시험결과에 의하면 다행스럽게도 약국에 보유하고 있는 항생제는 대부분 감수성이 양호(양성)한 것으로 나와 있었고 특히 기초 항생제인 페니씰린이 양호하여 유효한 것으로 나타나있었다.

필자는 원장의 지침과 의견을 듣기 위하여 약제비의 예산실정, 의약품의 재고 현황, 항생제의 감수성시험결과 등을 원장에게 보고하였다. 원장은 필자의 보고를 받은 후 진료부의 과장과 약제과장으로 구성된 약품회의를 소집하여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의약품을 우선적으로 쓰도록 하고 부득이 의약품을 구입하여야 할 경우 근거자료를 첨부하여 신청하도록 지침을 주었고 의약품을 바르게 쓰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예컨대 먹는 약과 주사제는 약효가 같으므로 이 병원에서 실시한 항생제의 감수성시험결과에 따라 병원이 보유한 먹는 항생제 페니씰린으로 치유가 가능하면 그 약을 처방하는게 좋겠다고 권유하였다

그 이후 병원에서 구입하여 써오던 위 3종의 의약품 처방은 나오지 않았다. 이 당시 앰피씰린은 1캡슐(1회용량) 값이 100, 아목사씰린은 1캡슐에 200원이었고 세파계 항생제주사는 1바이알에2000원이었다. 이 병원에서 쓰는 약제비 중 위 3종의 약제비가 매우 높은 사용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약제비를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 일을 계기로 의약품의 오남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고 의료인들이 협조하면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항생제의 감수성시험결과를 보아 우리국민들에게 아직까지는 항생제의 내성이 문제되고 있지 아니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때까지는 국내 항생제의 내성에 대한 보고사례도 거의 없었다.

또 한편 입원환자의 진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확인하였던바 38%이었고 이 수치는 그 이후인 1990년 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약제비의 사용비율과 일치하였다. 그 당시 병원약사회의 정보교류로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약제비의 사용비율에 대하여도 확인하였던바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무렵 선진국에서는 진료비 중 약제비의 사용비율이 10%내외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경까지 현장에서 의약품의 오남용실상 을 목격했고 의료인들의 의지가 있으면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들이 필자가 약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의약분업실시를 앞장서서 제안했던 이유이고 의약분업을 실시할 최적기를 놓쳐 아쉬워하는 까닭이다.

▲ 보사부는 의학협회, 약사회와의 약속에 따라 임의분업의 실시결과 의사처방발행 실적이 저조하여 1984년 5월부터 목포시에서 시범사업으로 강제의약분업을 실시하기로 하였다(1984. 2. 28일 동아일보 기사)
맺음말- 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

의약분업은 의사의 진료와 약사의 투약을 분리 전문화하여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국민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고 의약품의 오남용, 부적절한 투약, 과잉투약을 방지하여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의료비와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약분업을 실시한 후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약제비의 사용측면만 살펴보고자 한다.

복건복지부자료에 의하면 총진료비 중 약제비의 비율과 항생제의 사용비율이 OECD국가 중 1위이다. 또한 의료보험 진료환자의 대부분이 의약품의 처방을 받고 있고 그중 주사제의 사용비율. 항생제의 사용비율, 처방받은 의약품의 종류()가 모두 WHO의 권장기준을 수배씩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의약분업을 실시한지 18년이 지났지만 의약품의 오남용, 부적절한 투약, 과잉투약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구투약이 가능한 환자는 주사제를 경구투약으로 대체하여 주사제처방을 줄이고 환자가 처방을 받는 의약품의 종류()와 부적절한 항생제투약을 WHO가 권장한 기준까지 줄이는 방안이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닌가 사료된다.

항생제 오남용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일반감기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사례와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일반감기환자에게 처방하는 항생제 사용비율이 48%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일반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므로 항생제가 감기증상의 치료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한편 사람에게 유익한 유산균 등을 사멸하여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또 일반감기약으로 치유가 되지 않은 환자에게 2차 감염을 우려하여 추가검진도 하지 아니하고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투약하여 오남용하는 사례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병의원 치과에서 가벼운 수술을 한 후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이 경우에도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자연치유될 환자가 많을 것이다. 의료기관이나 병의원에서 치료할 목적으로 항생제를 쓰는 환자에게 항생제의 감수성검사를 한 후 투약할 항생제를 선택하여 처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병의원에서는 감수성시험을 하지 아니하고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경우에도 감수성시험을 의무화하여 감수성이 양호한 항생제를 선택하여(가능한 기초항생제) 처방하도록 하는 방안은 없을까?

일반감기환자에게 처방하여 오남용되는 항생제와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의 상당량이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항생제의 사용량을 OECD 평균수준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에 필자는 이미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밝혀진 감기환자의 항생제 처방과 일부 예방목적으로 투약하는 항생제의 오남용성 처방, 감수성검사를 필하지 아니하고 치료제로 쓰는 항생제 처방은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의약품의 오남용 문제로부터 건강하게 지켜나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할 때이다.

<감사의 말씀>
지난 3월30일 연재를 재개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30년전 이야기인데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들과 전화, 이메일, 문자메시지로 직접 성원해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따뜻한 격려의 말씀들은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끝으로 필자가 공직에서 수행했던 일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이창기 박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후 원광대학교에서 약학박사학위와 미국지구환경대학원(EEU)에서 명예환경과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보건사회부 국립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내무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공기사, 연구관. 국립보건원 마약시험과장, 분석4과장. 보건사회부 약정국 마약과장, 약무과장, 약품수급담당관, 국립의료원 약제과장, 약정국장, 약무식품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립보건원 안전성 연구부장, 국립보건안전연구원장(초대), 국립환경연구원장(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을 거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과 중앙약사심의위원,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 연세대 충북대에서 강단에 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한국환경한림원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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