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은 공산품과 달리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는 물질로 국민 보건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약업자는 기업본래의 영리추구에 앞서서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숭고한 사명감과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가공식품이나 건강보조식품, 기능성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기업도 마찬가지로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제조업자에게 법으로 생산제품에 대한 자가시험을 하여 허가받은 기준에 적합한 제품만 판매하도록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는 이 책임과 의무를 잘 이행하여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으나 책임의식이 부족한 일부업체에서는 부정불량의약품과 부량식품을 생산판매한 사례가 발생해왔고, 성실한 업체에서도 고의가 아닌 과실로 불량제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으므로 사후 품질관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의약품은 80년대 초까지도 연초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신년업무보고에 부정 불량의약품 근절이라는 사업계획이 포함되었고 불량식품근절문제는 4대 사회악에 포함될 만큼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주요해결과제이다.
▲ 83년 2월 김정례 보사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새해업무보고를 하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의약품의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하셨다 (1983.2.17 약업신문 기사)
제약업계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50년대, 60년대에 외국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하여 완제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을 즈음에 무허가 부정의약품이 생산되어 장터, 유원지 등의 노상에서 판매되고 있었고 허가받은 일부 제약업소에서도 허가사항 대로 제조하지 아니하고 주성분의 함량을 줄여 값싸게 유통시킨 사례도 허다하였다. 이 시기에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의약품에 마약 메사돈을 넣어 유통시킨 사건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당국의 시설기준이 강화되고 품질관리, 약사감시감독이 엄격해지면서 부정의약품을 제조한 업소를 정비하여 이후 부정의약품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그 이후 70년대 후반부터 외국에서 비싸게 수입해오던 원료의약품의 국산화가 가속화되면서 국산 원료의약품으로 완제의약품을 제조하게 되었고, 내가 약정국장 재직시 84년부터 KGMP를 실시하게 되어 90년대 초경 KGMP제도가 정착되면서 불량의약품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부정의약품이라 함은 무허가 제품이나 허가사항을 위반하여 함량을 줄여 생산한 제품을 말하고 불량의약품은 제조과정에서 오류나 실수로 허가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을 구별하여 일컫는 말이다. 그 후 80년대 후반에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면서 국가독성연구기관이 설치되어 국내에서 독성시험 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되면서 90년대부터 신약개발에 진입하는 시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한편 내가 약무식품국장직에 있을 때 식품행정은 약무행정에 비하여 많이 뒤져 있었고 식품업계의 품질관리는 초보단계이어서 국내상위의 식품회사도 시험실 규모가 작아 완벽한 장비시설을 갖춘 제약회사의 연구시험실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 시기에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KGMP)에 준한 식품위생관리기준을 제정하여 식품업계에 권장하였고 그 당시 큰 회사들은 시험실을 확장하고 장비시설을 보강하여 가공식품의 원료와 제품의 자가시험을 수행하였다. 이때 나는 시험실을 갖추지 못한 식품제조업체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식품연구소를 식품공업협회에 설치하도록 적극 권유하였고 이를 협회회장단과 회원들이 받아드려 협회내에 식품연구소가 설치되었다. 
식품제조업소는 영세업소가 많고 그 중에는 앞에서 얘기한 국민건강을 위하는 책임의식과 사명감이 부족한 업소와 원료를 공급하는 업소가 있기 때문에 아직도 불량식품이 근절되지 않고 있어 한 때 식품행정을 맡아 불량식품을 추방하고자 노력하였던 사람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 국립환경연구원장이 개최한 91년도 상반기 전국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장 회의에서 필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립보건원장과 국립환경연구원장은 매년 상·하반기에 식품, 의약품의 품질관리와 수질, 대기오염 측정관리를 위해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장회의를 개최하였다

의약품 등을 품질관리하는데 가장 중요한 과정이 품질검사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의약품과 식품의 품질검사는 국립보건원과 시도보건환경연구원이 수행해왔고, 먹는 물, 하천수 등의 수질검사와 대기오염측정은 국립환경연구원, 시도보건환경연구원, 국가출연연구기관 등에서 수행해왔다. 의약품 등을 품질검사하는데는 분석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70년대까지 분광광도계(자외선, 적외선)가 많이 활용되었으나 이 기기로 분석이 안되는 의약품도 많아서 어려움을 겪었다. 복합제제 의약품은 분리정량이 거의 불가능하였고 기기 조작에 익숙하지 못한 검사자에게는 오류가 흔히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80년대 초경부터 새로 개발된 정밀분석기기로 고속액체크로마토그래프법(HPLC), 질량분석법(GS/MS)과 같은 분석장비가 국내에 도입되어 활용되면서 화학물질의 분석에 혁신이 이루어졌다. 복합제제를 포함한 모든 의약품의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검사과정에서의 오류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식품에 첨가되는 유해물질의 검사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환경분야에서도 국내에서 초기에 설치된 소각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암성물질 다이옥신의 함량검사결과에 대한 신뢰성의 시비도 질량분석법(GS/MS)의 검사로 종식되었다.

위에서와 같이 의약품과 식품의 품질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제조업자에게 있다 할 것이나 유통되는 제품에 대한 품질관리의 책임은 이를 관리 감시하는 공직자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직자는 국민보건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엄격하게 품질관리를 하여야 할 것이다.그러나 한편으론 품질관리를 위해 가검물의 채취에서부터 가검물의 검사, 검사결과에 대한 처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여 선량한 제조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되는 것이다. 지난날 이와 같은 사례도 가끔 있었기에 오랫동안 실무자로 시험검사업무도 담당해보았고 검사업무를 지도감독하는 자리에도 있었고, 검사결과를 심사하고 처분하는 책임자의 자리에서 일하기까지 의약품 등의 품질관리 전반에 대하여 직접 경험했거나 지켜본 몇가지 사례를 들어 보고자한다. 이 사례에서 품질관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막기 위해 가검물수거는 누가 어떻게 하여야하고 검사는 누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해야하고 검사결과에 대한 심사나 판단은 어떤 사람이 해야하고 시험결과 부적합제품의 처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답이 나올 것이다.

사례 1.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60년대에 국내에서 과실 쥬스로 처음 선보인 토마토쥬스가 생산판매되고 있었다. 맛이 좋아 수년간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모대학에서 검사한 결과 이 제품에서 농약성분인 비에치씨(BHC)가 검출되었다고 일간신문에 크게 보도되어 그날부터 이 토마토쥬스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후 법정에서 검사결과가 잘못되었다고 밝혀져 명예는 회복됐으나 회사는 이미 문을 닫은 이후이었다. 이 비에치씨성분은 그 당시 분석기술로는 포라로그래프법으로 분석하여야 하는데 이 분석기기는 국가연구기관에나 비치돼 있을 뿐 대학연구실에는 갖출 수 없는 실정이었다. 
▲ 82년 11월경 보사부 주최로 열린 식품관리체계발전세미나에서 필자는 주제 기조연설을 하였다


사례 2. 김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어 수출이 중단됐다

한국산 김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품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일본에 수출해왔고 70년대에도 양질의 김을 수출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일간신문에 김에서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보도되었다. ‘김에서 대장균 우글우글‘이란 제목으로 어느 대학에서 검사한 결과를 대서특필하였다. 이 기사로 일본에 잘 팔리던 김수출은 한동안 중단되기도 하였다. 이 시험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하여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가검물의 채취방법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보도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김에서 대장균이 나와 식중독이 발생하였다는 보고는 들어보지 못하였다. 

사례 3. 시약을 잘못써서 물에서 중금속 카드뮴이 나왔다

90년대 초 모연구소에서 서울시민이 마시는 한강원수를 검사한 결과 물에서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 카드뮴이 검출되었다는 시험검사결과가 발표되어 서울시민에게 걱정을 끼친 일이 있었다. 내가 국립환경연구원(현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직에 있을 때이었고 국립환경연구원에서도 같은 시기에 한강원수를 검사한 결과 카드뮴이 검출되지 않았다. 카드뮴이 검출된 시험과정을 조사하였던 바 물을 검사하면서 시약을 잘못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검사를 할 때 물을 채취하여 액성조정제로 넣는 시약인 질산은 특급시약을 써야하는데  1급시약을 썼고 사용된 1급시약 중에는 불순물로 카드뮴이 함유돼 있고 그 함량이 시약의 라벨에 표시되어 있었음에도 검사자의 부주위로 실수를 한 것이다. 한강원수에 카드뮴을 넣어 시험한 검사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검사기관은 검사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수질전문 검사기관인데도 검사자의 실수로 이와 같은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검사자의 책임의식이 절실한 사례라고 보여진다. 또 한편 이와 같이 검증되지 아니한 검사결과를 발표하는 사례도 지양되어야 할 문제라고 사료되었다.
▲ 89년 8월 국립환경연구원은 ‘하천수질 및 호수수질의 최적화관리방안’ 이 란 주제로 세계환경의 날 기념세미나를 개최하였다. 개회사를 하고 있는 필자


사례 4. 부정항생제 사건

1965년 메사돈사건을 겪은 다음해에 발생한 사건이다. 60년대 초부터 일반의약품에 마약 메사돈을 넣어 시중약국에서 팔던 시기이었으니 부정의약품이 얼마나 많이 나돌았겠는가. 이 무렵 경구용 항생제가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허가사항 대로 제조하지 아니하고 주성분의 양을 적게 넣어 제조한 부정항생제가 적발된 것이다. 약사감시원이 시중에서 수거하여 검사한 결과 주성분의 함량이 표시된 양의 절반이하이었다고 한다. 이 부정항생제는 포장용기에 표시된 용법대로 복용하면 상용량에 미달하여 약효가 없는 것이므로 치료제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이 부정항생제는 검사결과에 따라 품목제조허가가 취소되고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도 수거폐기하게 되었다. 메사돈사건 이후 마약을 몰래 넣어 부정의약품을 제조한 제약회사는 물론 주성분의 함량을 속여 부정의약품을 제조판매한 회사는 모두 허가가 취소되고 시설이 부실한 회사도 취소되거나 일정기간 내에 시설을 보완하도록 업무정지 처분을 하였고, 부정의약품을 제조판매할 수 없도록 단속을 강화하였다. 메사돈사건을 계기로 부정의약품을 근절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제약산업으로 발전하는 전기가 된 것이다.

사례 5. 감기약에 허가받은 원료의약품에 없는 티아민을 넣어 마약을 넣은 것으로 오해받은 사례

▲ 박대통령은 1965.6.18일 최근 물의를 일으킨 합성마약 메사돈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록 내각에 특별지시하였다.(동아일보.서울신문기사)
196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일반의약품 중에서 마약 메사돈을 검출한 이후 여러 회사에서 메사돈을 넣은 부정의약품을 제조판매하였다는 사실이 연일 보도됨에 따라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검찰에 마약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되어 마약원료의 수입경로와 제조판매한 제약회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메사돈 원료를 수입하여 보세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한 제약회사가 제조판매한 감기약을 검사기관에 의뢰하여 검사하였던 바 제조허가를 받은 원료의약품(처방) 중에 없는 성분미상의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회신을 받았다. 수사기관에서는 이 성분미상의 물질이 메사돈인 것으로 의심하여 이 의약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하였다. 감정결과 이 의약품 중에서 마약성분은 검출되지 아니하였고 성분미상의 물질은 티아민(비타민B1)이었음을 확인하여 감정결과를 회신한 바 있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한 마약원료는 메사돈을 합성하는 2종의 전단계 전구물질인데 그 당시에는 마약법에서 마약으로 지정되어있지 않았었고 메사돈사건 이후에 합성마약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사례 6. 성분미상의 물질을 밝히는데는 영감이 있어야 한다

메사돈사건의 발생으로 의약품의 국가시험연구기관이 이를 밝히지 못하였다 하여 실추된 국립보건원의 위상을 제고시키고자 1967년경 정부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학장으로 계시던 홍문화 교수님을 국립보건원 원장으로 발탁하였다. 홍문화 원장님은 국립보건원을 권위 있는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며 기관 명칭부터 국립보건연구원으로 바꾸고 연구사업을 활성화시키는데 진력하셨다. 
나는 그해 8월경 홍문화 원장님의 권유로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친정인 국립보건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후 어느날 원장님이 찾으셔서 갔더니 가검물인 막걸리 술을 주시면서 이 술에 무슨 약물이 들어있는지 검사의뢰가 들어왔는데 내게 시험분석해보라고 지시하신 것이다. 업무소관과 상관없이 내게 명하신 것이다. 나는 이 가검물 막걸리의 맛을 보았더니 씁쓸하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막걸리에 고삼(苦蔘)을 넣은 것으로 추정하였다. 고삼은 고미건위제로 쓰는 한약재인데 씁쓸한 맛을 내려고 넣은 것으로 추정됐다. 
▲ 1980.8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FAPA 회의에 참석 폐회식장에서 홍문화 교수님과 자리를 함께한 필자

나는 부정의약품 중에서 메사돈을 밝혀낼 때도 메사돈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대조시험할 메사돈 표준품이 없어서 메사돈을 합성까지 하여 표준품을 제조한 후에 메사돈을 검출하는 방법을 찾았다. 사례 5에서 성분미상의 물질이 티아민인 것으로 추정한 경우와 또 한 예로 병원에서 오약투여로 사고가 발생한 약물이 투약한 황산마그네슘이 아닌 브롬화칼륨임을 밝혀냈을 때도(1997.4.21일 약업신문 게재) 황산마그네슘 대신 브롬화칼륨을 투약했을 것이라고 추정하였다. 모두 내가 추정했던 대로 밝혀졌다. 성분미상의 물질을 찾아내는 데는 그  물질이 무엇일거라는 영감이 있어야 다음 시험검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막걸리 중에 고삼의 분말이나 고삼즙을 넣었다면 그 당시 분석기술로는 밝히기 쉽지 않았다. 고삼성분을 확인할 방법도 없고 분석기기도 없을 때이다. 연구대상이었다. 나는 메사돈을 검출할 때 활용했던 박층크로마토그래프법(TLC)을 응용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메사돈을 검출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TLC를 실시하기 때문에 그 재료들을 국내에서 구할 수 없어서 내가 직접 고안하여 TLC흡착판을 만들어 이용하였는데 이 무렵 나는 TLC법을 이용하여 한국산 대마의 성분을 연구하면서 TLC흡착재료를 일본에서 수입하여 활용하고 있었으므로 이 TLC방법으로 고삼의 성분을 분리하여 그 성분들을 발색시킬 수 있는 시약이 있는지 조사하였던 바 가능성이 보여 이 방법을 실시하였는데 가검물인 막걸리에서 추출한 성분과 대조물질인 고삼을 추출한 성분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네번 모두 영감이 적중한 것이다. 시험검사를 하거나 연구하는 사람은 영감으로 추정했던 물질이 구상했던 방법으로 시험하여 기대했던 결과가 나왔을 때 몹시 기쁘고 재미있고 행복하였다. 나는 시험결과물(TLC로 분리한 고삼의 성분을 발색시킨 반점을 확인할 수 있는)을 원장님에게 가져가서 고삼을 밝혀낸 결과를 보고하였다. 원장님은 아주 반색하면서 시험결과를 민원인에게 발송하도록 지시하셨다.

그리고 며칠 후 원장님은 내게 또 다른 과제를 주셨다. 그 다음해인 1968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약학연맹(FAPA)에서 나더러 학술발표를 하라는 것이었다. 이 과제는 의약품의 품질관리와 직접 관련이 없지만 잠시 얘기하고자한다. 홍문화 원장은 대학 은사님이시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나를 아껴주셔서 개별적으로 가끔 찾아뵙고 좋은 말씀도 들어왔었는데 내가 메사돈을 밝혀냈을 때 적극 성원해주셨고 원장님으로 오신 후 연구원으로 불러주셔서 더 가까운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나는 원장님의 명을 어길 수 없어 그 때부터 FAPA에서 보고할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마침 나는 보건연구원 마약시험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해에 착수한 연구사업 중에 한국산 아편의 지역별 성분연구과제를 선정하여 전국 각 시 도에 앵속을 재배하였고 아편을 채취하여 모르핀, 코데인, 테바인 등의 아편알칼로이드 성분함량을 비교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로 작정하고 연구논문을 영어로 작성하여 서투른 영어실력에 논문을 모두 외어서 FAPA 학술대회에서 발표하였고 그 뒤 김형국 연구사(후일 약품부장 역임)와 공동연구자로 된 이 논문은 유엔 Narcotics 잡지에 게재되었다. 
▲ 필자는 68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약학연맹(FAPA)에서 한국산 아편의 지역별 성분연구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날 발표한 논문은 UN NARCOTICS 잡지에 게재되었다.


사례 7. 품목허가가 취소될 뻔한 의약품이 불문처리된 행정처분사례

1983년경 약무식품국장직에 있을 때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행정처분 결재서류가 나의 책상 위에 놓여있었다. 처분사유는 이러했다. 일본에서 수입한 안약인데 이 의약품을 보사부에서 허가받은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라 검사한 결과 생균수시험결과가 부적합으로 판정되어 행정처분기준에 허가취소사유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서류에 결제하기 전에 이 제품은 수출한 나라에서도 쓰고 있을 터인데(수입시 자국에서 판매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첨부함) 제약선진국인 일본제약회사가 사람이 쓸 수 없는 의약품을 한국에 수출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 한국에서 검사하여 부적합판정을 받아 품목허가가 취소되면 이 의약품이 반품되고 손해배상문제가 발생될 것이라는 생각과 또 한편으로 혹시 이 생균수기준이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 안약을 수출한 일본제약회사에 확인해보고 행정처분을 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되어 담당자를 불러 수입업소에게 문제된 이 제품의 기준 및 시험방법에 대하여 확인해 보도록 지시를 하였다. 이 안약을 수입한 제약회사가 일본제약회사에 확인한 결과 일본 후생성에서 처음 허가받은 기준 및 시험방법 중에서 생균수기준이 변경되었다며 변경허가 받은 일본 후생성 허가서류를 제출하였다. 나의 추측대로 생균수기준이 바뀐 것이었다. 

문제된 제품은 변경허가를 받은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라 제조한 제품이라고 하였다. 나는 변경허가 된 기준에 따라 재시험을 하도록 지시하였고 재시험한 결과 이 기준에 적합하였다. 그리하여 수입업소로 하여금 이 제품의 수입허가사항 중 기준 및 시험방법을 변경하도록 지시하여 허가사항을 변경하였고 그 제품은 취소처분사유가 소멸되어 불문처리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입업자가 보사부에서 허가받은 기준 및 시험방법이 그 이후 이 제품을 수출한 회사에서 변경허가를 받은 사실을 몰라서 기준 및 시험방법 변경허가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의약품은 품질검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아 행정처분사유가 발생했을 때 제약업자 또는 수입업자가 부적합 판정에 대하여 소명할 수 있는 청문제도가 있다. 업자의 소명자료를 심사하여 타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검사를 하는 등 재조사를 받을 기회가 있음에도 이 경우 업자가 소명을 하지 아니하여 업자에게 모든 귀책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나 민원부서 공직자는 민원인이 민원사항에 대하여 잘 몰라서 이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민원인에게 알려주고 선도하는 행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 이창기박사
<필자소개>이창기 박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후 원광대학교에서 약학박사학위와 미국지구환경대학원(EEU)에서 명예환경과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보건사회부 국립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내무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공기사, 연구관. 국립보건원 마약시험과장, 분석4과장. 보건사회부 약정국 마약과장, 약무과장, 약품수급담당관, 국립의료원 약제과장, 약정국장, 약무식품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립보건원 안전성 연구부장, 국립보건안전연구원장(초대), 국립환경연구원장(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을 거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과 중앙약사심의위원,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 연세대 충북대에서 강단에 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한국환경한림원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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