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수세식으로 바꾸고 주방을 개방하였다

내가 약무식품국장으로 재직하던 19819월에 88올림픽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었다. 그 이전에 서울로 결정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에 대비하여 식품접객업소의 화장실과 주방시설을 위생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내가 하여야할 일이었다. 화장실은 대변 소변을 배설하는 변소와 손을 씻고 화장을 할 수 있는 세면대 등이 설치되어있는 장소이다.

▲ 보사부는 88올림픽에 대비하여 전국 식품접객업소의 위생시설을 84년까지 현대식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보도하였다(1983.4.27 한국경제신문 기사)
영어로는 restroom, washroom, toilet, WC(water closet) 등으로 표현하는데 우리나라 화장실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80년대 초 우리나라 식품접객업소의 화장실 실태를 살펴보면 전문음식점, 유흥음식점, 양식레스토랑, 고급중,일식식당, 호텔, 고층건물 등에 있는 식품접객업소와 도심 일부업소를 제외한 한식 대중음식점은 대부분 재래 수거식 변소로 되어 있었고 세면대 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주방의 실상은 어떠했는가? 역시 고급음식점을 제외한 대다수 영세업소의 경우 주방이 객실에서 볼 수 없도록 벽으로 막혀있었고 조리시설도 비위생적이었다. 한편으론 한식의 경우 손님에게 제공했던 음식을 주방에 모아 다른 손님에게 내놓은 사례도 많았다. 올림픽경기 때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이 서울의 뒷골목을 관광하다가 식당에 들려 식사 전에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세면대도 없는 불결한 수거식 화장실이었다면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겠는가

이와 같이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식품접객업소의 시설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전국 75천여개 업소의 화장실을 세면대를 갖춘 수세식으로 바꾸고 주방조리시설을 위생적으로 개선하면서 고객이 객실에서 주방조리실을 볼 수 있도록 주방을 개방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대로 시설을 개선하려면 대다수 업소는 화장실 면적을 늘려야 하므로 건물의 증개축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도시계획법에 따라 재개발지역으로 고시되어 증개축이 불가능한 건물도 많았고 영세업소의 시설자금도 지원하여야 될 것으로 생각되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련부서에 협조요청을 하였는데 올림픽준비작업은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일이여서 건물 증개축허가와 시설자금 융자문제는 잘 해결되었다

▲ 식품접객업소의 시설개선 추진상황과 주문식단제 실시현장을 확인하는 김정례 보사부 장관(왼쪽에서 2번째) 필자 (왼쪽에서 첫 번째) 이강추 식품위생과장(오른쪽에서 2번째)

그리하여 각시도의 협조를 받아 전국 식품접객업소 75218개소 중 265십개 업소의 화장실과 주방의 시설을 1983년에 개선하였고 남은 업소는 1984년에 모두 개선완료하였다. 이와 같이 올림픽을 대비한 식품접객업소의 시설개선은 정부부처간 협조가 잘되고 시 도의 협력과 시행당사자인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짦은기간에 순조롭게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식품접객업소의 화장실은 선진국수준의 수세식화장실로 바뀌었고 주방은 전 업소 모두 개방되어 조리사가 위생적으로 조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식당에서 깨끗한 화장실과 위생적인 주방을 보면 그 때 애썼던 보람을 느낀다.

주문식단제 권장실시

▲ 1983.7월부터 한식업소에서 주문식단제를 실시한다고 보도하였다 (1983.4.27 조선일보 기사)
한식식단을 위생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고객이 주문한 식단을 제공하도록 주문식단제를 권장하였다. 기본식단 이외의 음식은 고객이 주문한 음식만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 실시로 한식 중에서 탕류인 곰탕, 설렁탕, 갈비탕, 찌개 등 단일식단은 김치 깍두기 등 기본찬류를 먹을만큼 제공하거나 식탁에 덜어먹도록 준비하여 쉽게 정착되어 갔으며 한정식식단은 중국식, 일식 , 양식처럼 몇가지 음식을 차례로 적당량을 제공하여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잘 추진되고 있었다. 다만 재래 한정식백반은 여러 가지 반찬을 함께 주는 식단이어서 반찬을 남기지 않게 알맞게 주도록 권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주문식단제는 시행하면서 초기에는 고객들이 반찬을 적게 준다고 불평하여 어려움도 있었으나 이 제도의 시행으로 음식을 많이 남겨 음식 쓰레기로 버리는 양이 많이 줄었고 특히 고객이 먹다 남은 음식이 다시 나오는 일은 사라지게된 것이다. 이 제도를 실시하는데 TV 방송국의 협조가 컸던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돌이켜 보면 지금의 고속도로의 주문식단 한식백반 자율식단, 회사 학교 교회 공공기관의 구내식당, 한식뷔페식당, 식탁 위에 덜어먹는 김치그릇을 비치한 곰탕 설렁탕식당 등의 식단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개고기를 먹는 국민이라고 올림픽개최를 반대하는 동물애호가 단체 이야기

 80년대초만 해도 개고기를 파는 음식점 앞에는 보신탕이라는 붉은 깃발을 달고 진열장에는 개머리고기를 진열해 놓은 것을 밖에서 볼 수 있었다. 서울의 광화문, 종로 등 큰길가에 보신탕집이 있어서 개고기를 먹지 않는 외국관광객에게는 이 광경이 신기하게 보였을 것이고, 가끔 카메라에 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침 이때는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 손님들이 이용할 식품접객업소의 위생시설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던 때이었는데 외무부를 통해 당혹스런 공문이 접수되었다.

공문의 내용은 외국의 동물애호가협회에서 한국인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문제 삼아 한국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는 것을 반대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동물애호가협회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1980년경에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로 신약의 개발과정에서 독성시험용 실험동물의 사용도 문제 삼고 있으며 특히 개나 고양이는 먹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단체다. 이 협회의 주장내용은 애완동물인 개를 잡아먹는 한국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도록 세계 각국에 호소하여 반대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되어있고 외무부에서 보내온 공문에는 동물애호가협회의 잡지가 증거물로 첨부되어있었다.

▲ 주문식단제를 실시하면서 한 방안으로 뷔폐식단과 자율식단을 권장하였고 이때부터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한식식당들이 늘어났다. 2018.3.14 필자가 촬영한 죽전휴게소 한식자율식당
그 잡지에는 한국에서 개를 목매달아 몽둥이로 때려잡는 칼라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먹는 개라고 모양이 다르겠는가. 더욱이 잘 생긴 각종 개들을 도살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었고 내가 보기에도 잔인해보였다. 이와 같이 주장하는 협회가 한국에서 식용으로 먹는 개는 애완용이 아니고 식용 개가 따로 있다고 해명한다고 이해가 되겠는가. 동물애호가협회가 반대한다고 해서 이미 서울로 확정된 올림픽 개최도시가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이 단체가 여러 나라에 알렸을 때 개고기를 먹지 않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는 없는 것이다. 외무부에서는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만 어떤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랬다. 그렇다고 해서 보신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먹지 못하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도심지를 제외한 면단위에서만 보신탕을 조리해 팔도록 조치하였다. 이렇게 행정조치를 하고 나니 일부 업소는 도심근교 면단위로 이전을 하여 개업을 하고, 일부업소는 큰 도로변에서 골목 안으로 들어가서 오리탕이라는 간판을 걸고 오리고기와 개고기를 같이 요리해서 팔았다. 어떤 업소는 삼계탕과 염소고기를 겸하여 보신탕을 팔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보신탕 간판이 오리탕, 삼계탕 등으로 위장하더니 어는 날 사철탕으로 바뀌었다. 보신탕은 여름에 많이 먹지만 즐기는 사람은 사철을 가리지 않고 먹기 때문에 사철탕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이 생긴 것이다.

 88올림픽에 대비하여 식품접객업소의 화장실과 주방시설을 개선하고, 한식식단을 위생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주문식단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보신탕업소를 이전하게 하는 조치 등은 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적법허가를 받아 영업하고 있는 업소에 강제할 수 없는 행정조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짦은 기간동안에 개선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은 88올림픽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어야 한다는 성숙한 국민의식에서 모든 업소가 자발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생각되었다.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 이창기 박사
<필자소개>
 이창기 박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후 원광대학교에서 약학박사학위와 미국지구환경대학원(EEU)에서 명예환경과학박사학위를 받았다. 보건사회부 국립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공직에 입문한 후 내무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화공기사, 연구관. 국립보건원 마약시험과장, 분석4과장. 보건사회부 약정국 마약과장, 약무과장, 약품수급담당관, 국립의료원 약제과장, 약정국장, 약무식품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립보건원 안전성 연구부장, 국립보건안전연구원장(초대), 국립환경연구원장(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을 거쳐 환경관리공단 이사장과 중앙약사심의위원,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서울대 연세대 충북대에서 강단에 서기도 했으며 현재는 한국환경한림원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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