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반하(半夏)는 중국의 가장 오래된 약물서인 신농본초경에도 올라있고 한방에서 약재로 많이 사용하는 생약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원식물은 별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식물은 뭐니 뭐니 해도 꽃이 아름다워야 주목을 받는데 반하 꽃은 꽃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반하 꽃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이것을 꽃이라고 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통상적인 꽃의 모습이 아닌 특이한 모양새다. 

꽃은 일반적으로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 4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것을 완전화(完全花)라 한다. 하지만 4가지 중 어느 일부가 생략되거나 합쳐진 형태를 하고 있으면 불완전화라 한다. 형태학적으로 꽃의 기본구성 부분들이 많이 변형된 모습의 꽃을 피우는 식물도 있다. 꽃은 생식기관이므로 식물마다 오랜 진화과정에서 종족번식에 알맞게 꽃의 형태가 너무나 많이 변형되어서 꽃같이 보이지 않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반하꽃이 이에 속하며 천남성과 식물에 많이 나타난다.

반하는 밭이나 논두렁, 과수원 또는 산기슭에 자라는 천남생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작지의 곡물과 함께 자라는 경우가 많으므로 제초제로 말미암아 개체수가 많이 줄어서 점점 만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3가닥으로 갈라진 잎(삼출엽) 한 개와 기다란 꽃줄기로 구성된 매우 단출한 식물이다. 잎은 알뿌리(球莖)에서 돋아나온 기다란 잎자루 끝에 달리며 잎 몸이 3개의 작은 잎으로 갈라진다. 갈라진 작은 잎은 긴 타원형이고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6-7월에 알뿌리에서 돋아나 10-20 cm 정도 높이 자란 꽃줄기 끝에 녹색 꽃이 피는데 시일이 경과하면서 옅은 노란색 또는 갈색으로 서서히 변한다. 통모양의 꽃덮개(彿焰苞, 불염포) 속에 기둥모양의 꽃이삭(肉穗花序, 육수화서)이 들어있고 이것이 연장되어 꽃덮개 위로 길게 뻗어있다. 꽃이삭 밑쪽에는 암술이 있고 위쪽에는 수술이 위치한다.

반하 꽃을 옆에서 바라보면 혀를 날름거리며 머리를 치켜든 코브라가 연상된다. 육질의 작은 꽃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기둥모양의 이삭이 꽃덮개(불염포)에 싸여있는 형태의 꽃차례를 육수화서라 하고 이때 육수화서를 둘러싸고 있는 총포를 불염포라 한다. 불염포라고 하는 꽃덮개는 잎이 변형되어 생긴 것이다. 꽃에서는 썩은 고기 같은 냄새가 약간 풍겨서 파리 같은 곤충을 유인한다. 불염포 내부는 자주색이다. 잎자루 중간 또는 잎 근처에 주아(珠芽)라고 하는 살눈이 생겨나서 땅에 떨어지면 새로운 식물체로 자란다.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생기며 씨가 여러 개 들어있다.

반하라는 꽃 이름은 한자로 ‘절반’이라는 뜻의 ‘半(반)’과 ‘여름’ ‘하(夏)’ 로 표기하는데 여름 중간쯤에 잎이 자라고 꽃이 핀다하여 얻은 이름이다. 또는 한 여름에 알뿌리를 캐어 약으로 사용한데서 유래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끼무릇이라고도 부르며 지방에 따라서 꿩의무릇, 꿩의 밥 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속명 피넬리아(Pinellia)는 이탈리아 남부도시인 나폴리의 식물원 소유주인 이태리 사람 죠바니 빈센조 피넬리(Giovanni Vincenzo Pinelli)(1535-1601)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종명 테르나타(ternata)는 삼출엽 즉 잎이 3개로 갈라진 것을 뜻한다. 

한방에서 알뿌리 말린 것은 반하라 하고 다양한 질환에 응용하는데 주로 호흡기. 순환기 질환을 다스리는데 사용한다.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며 진정작용이 있고 급성위염에도 사용한다. 임신구토와 차멀미 또는 배멀미에도 유효하며 임신 중에는 낙태의 위험이 있음으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신선한 알뿌리를 먹으면 토하지만 달여서 먹으면 오히려 구토를 진정시키는 진토작용이 있다. 알려진 성분은 피넬린(pinellin), 피넬리안(pinellian) 그리고 정유가 들어 있다. 독초임으로 나물로 먹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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