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 용담(Gentiana scabra)

편집부
2021-02-10 14:14

▲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늦여름부터 가을 내내 산지의 양지바른 곳에는 쑥부쟁이와 구절초와 같은 국화과 꽃들의 세상이다. 가을에 피는 이런 국화과 꽃들을 통상적으로 들국화라고 한다. 흰색의 국화과 꽃들 속에 이색적인 진한 자주색 꽃을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이 용담이다.

용담은 전국의 양지바른 산지의 풀밭에 자라며 용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20-60 cm 정도의 높이로 자라고 가지를 치지 않는다. 잎은 기다란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잎자루가 없으며 줄기를 감싸고 있고 잎맥이 3개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8-10월경에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 종 모양 짙은 자주색 꽃이 4-5 송이 모여서 하늘을 향해 피며 꽃잎의 가장자리가 다섯 갈래로 갈라져 뒤로 젖혀진다. 꽃받침 5개 수술 5개 암술 1개이고 암술머리는 2개로 갈라진다. 겨울채비에 들어가는 늦가을인 11월에도 용담 꽃을 볼 수 있는데 오후 기온이 떨어져 추워지면 꿀을 찾아 헤매던 호박벌이 추위를 피하기 위하여 용담 꽃 속으로 들어가면 꽃이 오므라든다. 보온을 위한 조치인 것이다.

용담 꽃은 호박벌을 재워주고 그 대가로 꽃가루받이를 해서 종족을 보존한다. 열매는 좁고 길쭉한 삭과로서 익으면 두 갈래로 벌어지면서 날개가 달린 씨가 노출된다. 용담 꽃과 같은 통모양의 꽃에는 나비보다는 벌이 많이 찾아온다. 나비는 날개 때문에 꿀이 있는 통 깊숙이 몸통이 들어 갈 수가 없지만 벌은 쉽게 꿀 있는 곳에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용담은 상상의 동물인 용(龍)의 쓸개(膽)라는 한문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뿌리의 쓴맛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라틴명의 속명 ‘겐티아나’는 일리리아(Illyria) 지방의 왕 겐티우스(Gentius)가 용담의 약효를 처음 발견했다하여 그를 기념하기 위해 학명에 도입되었다고 한다.

일리리아는 지중해 북쪽 아드리아 해(海)에 면해있는 지역이다. 이 지방에서는 지금도 용담뿌리에서 고미강장제(苦味强壯劑)를 제조하여 지역특산 상비약으로 판매한다고 한다. 종명 스카브라(scabra)는 라틴어로 ‘거칠다’는 뜻이다.


개화기간이 길고 가을이 깊어지면서 잎도 자주 빛으로 물들어서 꽃 못지않게 아름답기에 관상용으로 심어도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우리 꽃이다. 더욱이 뿌리는 병을 다스리는 귀중한 약재이니 그야말로 유익한 식물이 아닐 수 없다. 용담은 신농본초경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옛날부터 잘 알려진 약용식물로서 각종 한방서에도 두루 수록되어 있는 중요한 약초의 하나이다.

한방에서 뿌리를 약제로 사용하며 가을에 캐서 말린 것을 용담(龍膽)이라 하고 침(타액)과 위액분비를 촉진하고 장을 활성화하여 식욕을 증진하는 효능이 있어서 고미(苦味)건위약으로 쓰이며 식욕부진, 소화불량, 황달, 담낭염, 위산과다에 사용한다. 용담으로 만든 시럽제가 일본뇌염에 효험이 있다는 임상보고도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식물명이 용담(龍膽)이다.

용담과 관련된 전설도 전해지고 있다, 강원도 산골에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살았는데  사냥꾼에 쫓기는 산 짐승을 많이 구해주어서 동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해 겨울날 토끼가 눈을 헤치고 풀뿌리 캐는 것을 보고 이유를 물었다.

토끼는 주인이 병이 나서 약초를 캔다고 했다. 농부가 그 약초를 캐서 맛을 보니 너무 써서 쓸모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자신이 바로 조금 전에 만났던 토끼라면서 자기가 캤던 그 풀뿌리가 정말 좋은 약초라고 했다. 훗날 농부는 그 약초를 팔아 큰 부자가 되었다고 전하는데 토끼가 알려준 약초가 바로 용담이었다.

유효성분으로서 고미배당체 겐티오피크린(gentiopicrine), 겐티아닌(gentianine), 겐티진(gentisin)이 함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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