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며느리밑씻개(Persicaria senticosa)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2020-05-27 09:33

 

▲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식물명이 범상치 않은 며느리밑씻개라는 덩굴성 식물이 있다. 전국의 산이나 길가 또는 물가에 자라고 있어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식물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식물로 줄기가 네모지고 다른 식물을 지주대로 하여 가지를 치면서 1-2 미터 정도 자란다.

줄기와 가지에 온통 갈고리 모양의 날카로운 가시가 역순으로 돋아있고 약간 붉은 빛이 돈다. 세모꼴 잎이 기다란 잎자루 끝에 달려있고 줄기에 어긋나며 잎자루에도 줄기처럼 날카로운 가시가 역순으로 나있다. 잎처럼 생긴 둥근모양의 작은 턱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지만 갈라진다.

5-8월 가지 끝에 갈라진 꽃줄기에 연분홍색의 꽃이 몇 송이씩 모여서 핀다. 꽃 모양은 고마리 꽃을 많이 닮았다. 꽃잎은 없고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 진화한 것이고 꽃받침은 5장, 수술 8개, 암술 1개이며 암술머리가 3개로 갈라진다. 둥근 열매는 검은 색으로 익는다.

외모가 비슷한 식물 중에 며느리배꼽이 있으며 혼돈 하는 경우가 많으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차이점이 뚜렷하다. 며느리배꼽은 탁엽이 둥근 배꼽모양이고 꽃차례 밑 부분에 접시처럼 생긴 포가 받치고 있다. 또한 잎자루가 잎의 안쪽에 붙어있다. 


식물의 이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양하다. 우리 땅에 뿌리 내리고 자라는 대부분의 식물은 오랜 옛날부터 기후환경에 적응하면서 존재했을 것이고 일부는 이런 저런 이유로 외국에서 귀화한 것들도 상당부분 차지한다. 사람들이 식용, 약초 또는 독초를 관찰하거나 채집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식물을 접하면서 점차로 식물의 특성이 알려짐으로서 이름이 자연적으로 생겨났을 것이다.

그래서 식물학자가 처음 발견해서 작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물들은 옛날부터 민초들에 의해서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어서 식물이름 속에는 주민들의 희노애락, 토속적인 생활습관과 전통문화가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식물이름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하필이면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며느리밑씻개 명칭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어머니가 가시가 돋아 있는 풀로 뒤를 닦도록 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전해지기도 하고 치질 예방에 사용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는 심리적 상실감에서 비롯된 고부갈등은 익히 알려져 있기에 식물명에 시어머니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는 면이 있다. 옛날에는 오늘날과 같은 화장지가 별도로 없었기에 지푸라기나 나뭇잎 같은 것을 대용으로 많이 이용했다.

서양에서는 고부가 아니라 장모와 사위사이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위는 백년지객(百年之客)이고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대접이 극진한데 말이다.

놀랍게도 며느리밑씻개 명칭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며느리밑씻개를 ‘의붓자식의 밑씻개’(ままこの しりぬぐぃ, 마마코노시리누구이)라고 하며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바꿔 치기 한 것이다.

아마도 고부갈등의 한국인 정서를 잘 파악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해방 후 우리나라 학자들이 우리식물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본인이 만든 명칭을 그대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사광이아제비‘라는 우리 고유의 명칭이 있었지만 선정되지 않았다.

봄에 돋아나는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쓴맛이 없고 약간의 신맛이 있어서 생채로 무쳐 먹으면 봄철 입맛을 돋우어 주는데도 제격이다. 전초를 말린 것을 낭인(廊茵)또는 자삼(刺蔘)이라하고 두창, 습진, 소양증, 타박상, 태독과 같은 피부질환과 치질에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으로 이소퀘르시트린(isoquercitri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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