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물레나물(Hypericum ascylon)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대 명예교수/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2019-09-25 08:22
▲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대 명예교수/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6~8월은 대부분의 식물이 열매를 맺어 결실을 기다리는 시기인데 이러한 때에 뒤늦게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다. 산기슭이나 양지바른 풀밭에서 바람개비 모양을 한 노란 꽃이 하늘을 향하여 피는데 물레나물이다.

물레나물은 물레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줄기는 네모지고 50~100센티미터 정도로 곧게 자란다. 잎은 긴 타원형이고 잎자루가 없으며 잎의 밑 부분이 줄기를 둘러싸고 있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6~8월경에 줄기나 가지 끝에 노란 꽃이 한 송이씩 피는데 꽃받침은 5개, 꽃잎 5개, 암술은 1개이고 암술머리가 5개로 갈라진다. 주황색의 많은 수술이 암술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5장의 꽃잎은 마치 선풍기의 날개처럼 약간 비틀려 달려있다. 꽃과 잎을 햇빛에 비추어 보면 기름샘(油占)이 많이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정유 속에는 히페리신(hyperic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물레나물은 물레와 나물이 합쳐진 이름이다. 지금은 물레를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지만 솜에서 실을 뽑아 길쌈을 직접 해야 했던 옛날에는 물레는 집집마다 갖추어야 할 필수품이었다. 꽃의 모양이 물레바퀴가 도는 모양을 닮았다 하여 물레나물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모양이지만 실은 선풍기 날개나 바람개비를 더 많이 연상시킨다. 

영어명은 ‘성 요한 풀’(St. John's Wort)이라 하는데 세례 요한의 기념일인 6월 24일경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속명 희페리쿰(Hypericum)은 희랍어로 ‘성 요한 풀’을 의미한다. 엄밀히 말하면 ‘성 요한 풀’은 고추나물속 식물 전체를 의미하는 속명(그릅 명칭)이며 우리나라의 물레나물과 고추나물이 이에 해당하지만 종은 다르다. 

한방에서는 잎과 줄기를 약재로 사용하는데 생약명은 홍한련(紅旱蓮)이라 하고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건조하여 사용한다. 피를 멎게 하고 부기를 없애며 연주창, 부스럼 같은 피부질환에 사용한다. 봄에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는데 쓴맛이 없으므로 가볍게 데쳐서 찬물로 한 번 정도 헹구기만 하면 된다.

‘성 요한 풀’은 서양에서 매우 유명한 약초이며 질병 치료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항균작용이 강해서 세균성 피부질환에 사용하며 미국과 독일에서는 추출물이 항우울제로 쓰인다. ‘성 요한 풀’은 전초를 말린 것을 차로로 많이 이용한다.

신경통 또는 긴장성 두통이 있을 때 뜨거운 물에 말린 차를 넣고 우려낸 후 마시면 통증이 즉시 없어진다. 진통작용이 아스피린과 타이레놀에 견줄 만할 정도여서 독일의 약국에서는 차 형태로 많이 판매하고 있다.

물레나물에는 서양종인 ‘성 요한 풀’(Hypericum perforatum)과 동일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효능도 같다는 것이 검증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우울증 예방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았으며 2008년 발간된 <건강기능식품> 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함유성분으로 히페리신(hypericin)과 히페리포린(hyperiforin)이 알려져 있는데 히페리포린은 항우울 효능과 관련이 있다. 특히 히페리신은 꽃과 잎에 들어 있는 색소로 강한 홍색 형광을 나타내며 항균작용과 광독성작용(光毒性作用)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 염증성 질환에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어서 축농증, 편도선염, 중이염, 급만성 방광염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독성작용이란 광감작작용이라고도 하는데 보통 때는 아무런 작용이 없던 물질이 태양광선을 받게 되면 생체 활성을 갖는 물질로 변하여 인체에 독성을 나타내게 하는 작용을 뜻한다.

이러한 성질을 활용하면 좋은 약을 개발할 수 있다. 히페리신을 고양이에게 주사하면 햇볕이 없는 데서는 아무런 일이 없지만 햇볕을 쬐면 곧 죽어버린다. 무독한 히페리신이 햇볕을 받는 순간 독성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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