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박주가리(Metaplexis japonica)

약업신문 편집부
2017-09-27 09:38
▲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가협회회원 권 순 경
7-8월 늦여름 들이나 산기슭의 양지바른 곳을 거닐다 보면 작은 종 모양의 연보라색  꽃이 피어있는 넝쿨식물을 만나게 된다. 마치 털옷을 입은 것처럼 꽃 안쪽이 보송보송한 솜털로 쌓여 있는 모습이 귀여워 볼수록 정이 든다.

이 식물이 박주가리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인 박주가리이며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넝쿨식물은 되도록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서는 주위의 다른 식물보다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홀로 설 수 없으니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작은 나무나 풀대를 지주대로 하여 감고 올라가면서 3미터 정도 자란다. 덩굴식물의 생존전략이다. 덩굴식물은 지주대를 감을 때 오른쪽 방향으로 감기도 하고 또는 왼쪽방향으로 감기도 한다.

박주가리는 인동덩굴과 마찬가지로 왼쪽방향(시계방향)으로 감고 올라간다. 나팔꽃이나 칡덩굴은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간다. 잎자루가 기다란 심장형 잎이 줄기에 서로 마주나 있고 잎겨드랑이에서 기다란 꽃대가 자라나오고 꽃대 끝에 열 송이 정도의 작은 꽃들이 모여서 핀다. 간혹 흰 꽃을 피우는 개체도 있다.

작은 꽃을 살펴보면 꽃받침과 꽃잎이 각각 5개이고 꽃잎은 깊게 갈라져 뒤로 말린 형태를 하고 있다. 암술은 한 개이고 수술은 5개이다. 암술은 암술대가 길어서 꽃 잎 밖으로 뻗어있음으로 쉽게 눈에 띄지만 수술은 보이지 않는다.

꽃잎을 아래로 저치면 암술 대 밑에 수술이 붙어 있는 것을 관찰 할 수 있다. 암술은 성숙하면 암술머리가 2개로 갈라지며 동종교배를 피하기 위해 수술과 동 떨어지게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우유 같은 흰 즙액이 나온다. 이 즙은 사마귀가 떨어질 정도로 강하며 곤충이 먹으면 죽을 정도로 강한 독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왕나비애벌레는 박주가리를 먹고 자란다고 하는데 박주가리의 독성분이 애 벌레 몸속에 축적되어서 나비가 되었을 때 천적인 새로부터 몸을 보호한다고 한다.

열매는 기다란 표주박 모양이고 익으면 갈라지는데 그 안에는 털이 여러 개 달린 납작한 진한 갈색 씨가 수도 없이 많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씨에 달린 털을 종발(種髮, 씨털)이라 하며 2cm 정도로 길고 은백색의 명주실 같이 빤짝거린다.


씨는 바람에 의해 멀리 까지 날아갈 수 있음으로 민들레처럼 종족을 퍼뜨리는데 바람을 이용하는 식물이다. 박주가리 씨에 붙어있는 솜털(종발)을 옛날에 도장밥이나 바늘쌈지 제조에 솜 대신 사용했다고 한다.

박주가리라는 식물명은 열매의 생김새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확실한 기록은 없다. 속명 메타플렉시스(Metaplexis)는 라틴어로 ‘뒤얽힘. 이라는 뜻으로 넝클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고 종명 야포니카(japonica)는 ’일본‘을 의미한다. 이 식물이 처음 발견된 장소가 일본이고 학명을 처음 작명한 사람이 일본인 마키노다. 학명을 풀이하면 ’일본에서 처음 발견된 넝클식믈‘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박주가리와 모습이 비슷한 식물 중에 하수오가 있다. 한 동안 매스컴에서 가짜 하수오로 떠들썩했지만 잎과 열매 모양이 비슷하다. 하지만 꽃 모양은 확연히 구별된다.  박주가리 꽃은 솜털이 있는 종모양인 반면 하수오는 수없이 많은 자잘한 꽃이 꽃줄기에 달려있고 볼품이 없다. 하수오는 야생상태에서는 볼 수 없고 재배한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지만 흰 즙에는 경련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들어있음으로 끓는 물에 데친 후 잘 우려낸 다음에 식용해야 한다. 덜 익은 씨를 먹기도 하는데 달콤한 맛이 있다. 한방에서는 꽃이 핀 전초를 건조한 것을 나마(蘿藦)라하고 또한 익은 열매를 나마자(蘿藦子)라고 한다.

나마와 나마자는 용도가 동일하다. 강장, 강정, 해독의 효능이 있다하여 허약증, 발기부전, 종기, 벌레물린 상처에 사용한다. 종기나 뱀, 벌레에 물린 상처에는 생잎을 짓찧어서 환부에 붙인다. 성분으로 벤조일라마논(benzoylramanone), 자르코틴(sarcotin)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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