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최근의 주례사

편집부
2020-12-02 20:39

▲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10월 마스크를 쓰고 주례를 보았다. 그 때의 주례사를 다소 수정하여 소개한다.

결혼식은 인생이라는 바다에 ‘OOO/OOO의 가정’이라는 이름의 돛단배가 항해를 시작하는 출범식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몇 가지 축복의 말씀을 드립니다.

두 사람이 탄 돛단배가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순풍을 만나야 합니다. 항해할 때에 운(運)이 좋은 사람은 순풍을 만나고, 운이 나쁜 사람은 폭풍을 만납니다. 그래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의 7할은 운이 좌우한다는 말이지요.

저는 이 말을 은칠기삼(恩七技三)으로 바꿔 부릅니다. 하나님 은혜가 7할이라는 뜻인데, 사실 인생의 100%가 다 하나님 은혜에 달려 있습니다. 순풍이냐 폭풍이냐는 전적으로 하나님의 주관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다의 바람을 좌우할 능력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순풍이 불기만을 기도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도를 해도 어떤 사람은 순풍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폭풍을 만납니다. 왜 그런지 우리는 그 비밀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라”가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가르치셨으니, 아마도 순풍, 즉 복을 기원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아닐까 짐작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코로나 19 대유행의 와중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그리고 두 사람은 건강하게 태어나 지혜롭게 성장해서 좋은 직장에 다니다가, 이렇게 멋진 배우자를 만나 사랑으로 결혼에 이르게 되었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이 모든 것들이 다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축복의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나의 오늘은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다 하나님 은혜로 받은 것’임을 깨닫고 감사하는 사람은 결코 교만하게 살 수 없습니다. 자연 겸손해지고, 성실해지고, 정직해지고 온유해 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보다 축복을 덜 받고 있는 사람들까지 이해하고 포용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생의 시작은 감사이어야 하고 그 완성은 사랑이어야 합니다. 사랑 없는 항해는 순항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사랑 없는 가정에 복이 가득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하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자식 사랑이 제일 쉽고 부부 사랑이 그 다음이며 부모 사랑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식 사랑은 절제가 필요하지만, 부모 사랑은 이를 악물고 해야 하는가 봅니다. 부모 사랑을 효도(孝道)라고 하는데, 얼마나 효도하기가 어려우면 태권도, 서도(書道) 등에 사용하는 길 도(道)자를 붙여 놨겠습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되도록 부부 간의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 말을 잘해야 합니다. 나는 인생은 언구행일(言九行一), 즉 인생은 90%의 말과 10%의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부 간에도 말을 잘해야 합니다. 서로 입만 열면 사랑한다고 말해야 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는 것이 사랑입니다. 부모님께도 자식에게도 틈만 나면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반복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것은 부부간에 본심(本心)을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심지어 부부 간에 대화(對話)하지 말라고까지 합니다. 왜 그러는지 아세요? 잘못된 대화는 상대방에 대한 지적질로 발전(?)한 다음 마침내 큰 부부싸움으로 확전(擴戰)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본심을 담은 지적질은 사랑을 파괴하는 마귀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지적질이 목구멍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재빨리 “아부 모드” 스위치를 켜고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칭찬의 말을 해야 합니다. 솔직한 지적질은 부부 싸움을 치열하게 만들지만, 아부성이라도 칭찬은 서로간의 사랑을 돈독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니 진심 어린 칭찬은 얼마나 위력이 크겠습니까?

두 사람의 가정의 인생항로에 하나님의 순풍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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