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 홍문화 교수님의 서울역 입성기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2020-01-29 09:10
▲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홍 교수님은 1955년 9월 17일 미국 퍼듀대학으로 유학을 떠나셨다가 1년만인 1956년 11월 16일 귀국하셨다. 당시 약업신문을 보면 서북항공(Northwest) 편으로 귀국하였다는 기사가 있으나 이는 명백한 오보이다. 당시 서울역으로 귀국 환영 차 나간 사람(학생)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 교수님은 귀국할 때에 경비 문제도 있었겠지만 여기 저기 구경을 하며 오실 요량으로 비행기 대신 약 3개월이 소요되는 화물선을 타고 오셨다. 그리고 몇 날 몇 시에 서울역에 도착한다고 사전에 전보를 치셨다. 그래서 학생들이 정시에 서울역으로 마중을 나갈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모든 분들의 증언이 일치된다. 문제는 화물선이 도착한 항구가 부산인지 인천인지가 헷갈리는 것이었다. 그날 서울역에 환영 차 나가셨다는 이상섭 교수님(서울대 약대 8회, 1954년 졸업)께 여쭈었더니 처음에는 부산항이라고 하시더니 다음 날에는 일부러 내게 전화를 거셔서 아무래도 인천항이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은방 교수님(서울약대 13회, 1959년 졸업)께 여쭤보니 부산항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이 교수님도 서울역에 나가신 분이었다. “한국 약학박사 1호 대하 홍문화”라는 책의 집필을 담당한 나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12월 6일 (2019)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서울대 신약개발 센터에서 제4회 통일약학 심포지엄이 열렸는데, 그 자리에 한독약품에 근무하시던 김조형 선배님 (서울대 약대 12회, 1958년 9월 졸업)이 참석하셨다. 인사를 드리고 말씀을 나누다 보니 이 선배님도 그날 서울역으로 홍 교수님 마중을 나갔었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귀가 번쩍 뜨였다. 그 날 11회 (1957년 졸업, 당시 4학년) 선배들과 함께 12회 동기들 (당시 3학년)도 서울역에 나갔다는 것이다. 어둑어둑한 저녁나절이었는데, 무려 40-50명(여학생 15명 정도 포함)에 이르는 학생들이 서울역에 나갔다고 한다. 그 정도로 홍 교수님의 미국 유학은 당시에 대단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나는 곧 늘 궁금했던 사항, 즉 “부산입니까? 인천입니까?”를 여쭈어 보았다. 김 선배님은 간단히 ‘부산’이라고 대답하셨다. 내가 못 미더워 하자 그러면 같이 서울역에 나갔던 지형준 교수에게 한번 더 확인해 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지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지 교수님도 한 칼에 ‘부산’이라고 하셨다. 만약에 인천항이었다면 학생들이 인천항까지 환영을 나가지 않았겠냐고 하셨다. 그래서 다음 날 이상섭 교수님께 전화를 드려 다들 ‘부산항’으로 기억하신다고 말씀 드렸더니, 그럼 내 기억이 잘못된 모양이라고 인천항설을 철회해 주셨다.

지 교수님에 의하면 그날 서울역에 나간 것은 서울대 약대생만이 아니었다. 중앙대 약대 생들도 다수 서울역으로 환영을 나갔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 하면 미국으로 유학 가실 당시 홍 교수님은 서울대와 중앙대 약대 교수직을 정식으로 겸직하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두 대학 학생들 간에 ‘홍 교수님은 우리 대학 교수님’이라는 의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대에서는 나운용, 김신근(이상 7회), 이상섭(8회) 등의 조교들, 학도호국단의 허백 단장, 지형준 공작부장(지금의 기획부장에 해당), 백덕우 총무부장, 조항연 문예부장 등(이상 11회, 당시 4학년), 그리고 학년 대표인 김조형(12회, 3학년) 과 이은방(13회, 2학년) 등이 나갔다. 중앙대에서는 1회 입학생인 학도호국단의 손동헌 단장을 비롯한 간부 등이 나갔다. 중앙대 학생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는 것이 손동헌 중앙대 명예교수님의 기억이다. 

학생들은 입장권을 사서 플랫폼까지 들어갔다 (이상섭 교수님의 기억). 그 때 서울대 학생들과 중앙대 학생들 간에 가벼운 승강이가 일어났다. 경부선 기차가 도착하면 서로 자기들이 먼저 기차에 올라가 선생님께 꽃다발을 드리겠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서울대 학생 대표가 먼저 꽃다발을 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약학사의 뒤안길은 들여다 볼수록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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