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 100년 세계로 미래로!

<글 싣는 차례>

1)글로벌전략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2)한국제약기술수준 어디까지 왔나
3)제약 선진국가 현황과 시사점
   3-1 미국시장을 두드려라
4)해외진출 현지화 전략으로 극복 

 

▲ Bristol-Myers Squibb 한용해 박사
<글을 시작하며>

IMS Health의 자료에 의하면 2012년 세계 의약품 시장의 규모는 8,560억 달러 (한화 약 900조원) 규모이다. 그중 약 40%에 달하는 3,260억 달러의 의약품이 미국에서만 유통되었다. 이처럼 미국  시장은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이다. 한편으론 글로벌 신약 개발의 트렌드를 이끌며 다양한 첨단 의약품들이 각축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은 반드시 뚫고 들어가야 할 시장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제약업계 전반에서도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산신약을 가지고 미국내에서 대규모로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신약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개발중간단계 (임상 1상 또는 2상)에서 라이센싱 아웃을 목표로 미국의 제약사들과 라이센싱 대화를 진행하는 제약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또, 개량신약으로 FDA에서 첫 허가를 받은 약이 등장하여 미국내 시판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한국의 제약업계는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벌이고 있다. 더 많은 한국의 제약사들이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진출할 품목은 혁신신약이외에도 기존의 약품들의 가치를 높인 개량신약과 좋은 의약품을 보다 경제적인 가격으로 환자에게 공급할 수있는 제네릭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중 혁신신약 개발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어려운 과정으로서 낮은 성공확률을 안고 출발하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성공에 따른 보상은 개량신약과 제너릭에 비할 바가 아닐 정도로 매력적인 도전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혁신신약에 초점을 맞춰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한국의 제약사들이 점검해야 할 점들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를 제안해 본다.

1. 전략을 가지고 목표 질병군을 정하라

지난 60년간의 통계를 보면 인류는 난치병 치료제들 덕분에 10년이상 수명연장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고혈압 등 순환계질환, 당뇨 등 대사성질환, 관절염, 통증, 우울증, 각종 암, 소화기질환, 감염성질환 등에 대한 신약개발이 성과를 이루어 환자들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임상현장에서는 여전히 각종 암, 관절염, AIDS, C형간염, 치매, 정신과질환, 당뇨, 동맥경화, 혈전증, 비만, 낭포성 섬유증 등의 질환에 대해 여전히unmet medical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면 지금 제약기업들은 어떤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을까? Boston Analysis Group이 펴낸 보고서 (2013년 1월)에 따르면, 전세계 제약사에서 추진중인 16,331 과제 (전임상 단계: 8,666개, 임상1상 단계: 2918개, 임상2상 단계: 3698개, 임상3상 단계: 1049개)를 질환별로 분류해 보니 각종암, 감염질환 (AIDS 등), 중추신경계 질환 (치매 등), 면역질환 (관절염 등), 심혈관계질환 (동맥경화 등)에서 타깃을 가진 신약들이 파이프라인에 배치되고 있다 (표1). 그런데, 이를 개발 단계별로 구분해 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항암제의 비율이 감소하고 대신 감염질환, 중추신경계질환, 면역질환 등의 비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이들 분야에 대한 의료수요가 상대적으로 더 많아졌음을 시사하는 것이기에 당분간 이들 분야의 신약연구가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제약사들이 어떤 질환에 연구력을 집중하여 개발에 나설 것인지를 판단할 때 유익한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의료적 수요와 경쟁상황을 감안하고 자신들의 전문성을 두루 고려하여 목표질병군을 현명하게 선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자신이 개발하는 약은 특정 질병중에서 어느 환자군을 타깃으로 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세워 놓아야 한다. 따라서, 과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미 개발되어 있는 약들이 놓치고 있는 수요가 없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개발하는 신약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약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약개발이 이루어졌을 때 그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 표1. 미국 바이오텍 파이프라인에 있는 신약들과 타깃 질환



2. 희귀질환용 신약도 기회다

최근 들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실제로 FDA의 집계에 따르면 해마다 200여개의 약이 희귀질환치료제로서 임상개발을 시작하고 있고 승인되는 혁신신약의 3분의 1정도가 희귀질환 치료제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새삼 주목을 끄는 이유는 잠재적인 시장이 크며 치료제 개발에 드는 소요 경비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이 있고  신약으로 승인을 받을 경우 판매 독점권을 7년간 보장해 준다. 게다가, 희귀질환 치료제는 임상 실험 및 FDA 심사과정에서 시간이 단축되고 승인 비율도 일반약에 비해 더 높으며 일반적으로 고가의 약가 선정으로 인해  부가가치가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 무엇보다도 빈발질환 치료제에 비해 글로벌 빅파마들과의 개발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그 덕분에 지금껏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제약사들 (바이오텍)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되었다. 리툭산 (Genentech사),  레브리미드 (Celgene사), 루센티스(Genentech사), 뉴트로핀(Genentech사),뉴포젠 (Amgen사), 코팍손 (Teva사), 트라클리어 (Actelion사), 벨케이드 (Millennium) 등이 그 예이다.

최근 들어, Pfizer, GSK, Norvatis, BMS 등의 빅파마들도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본격 뛰어들 정도로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이제 핫이슈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워낙 희귀질환이 다양하다 보니 (대략 7,000여개) 남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질환 및 치료제에서 경쟁없이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여지는 무한하다. 따라서  한국의 제약기업들도 이 분야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blockbuster 신약개발이 어려운 국내의 환경에서 희귀질환치료제와 같은 nichebuster 전략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함에 있어서 일단 손쉽게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승인을 받은 후 다른 질환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하여 점차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팁이다. 최근 들어 국내의 몇몇 제약사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성과를 낸 것을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First-in-class에도 도전하라

유전체학(genomics)과 단백질체학(proteomics)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타깃의 발견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 새로운 타깃을 찾고 그것을 겨냥한 물질을 찾는 일이 이제는 빅파마의 전유물이 아니라 한국의 제약사들도 얼마든지 도전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어떤 타깃이 특정 질병과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한 후 이 타깃을 활성화 하거나 저해하는 신물질을 찾아낸다면 first-in-class 신약의 탄생이 가능해 지는 것이다. 이 first-in-class 전략은 남들이 하지 않는 타깃에 매달리는 것이기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현재 글로벌 제약기업에서는 first-in-class 전략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서 현재 임상시험이 진행중인 신약들의 69% (임상1상-78%,임상2상-69%,임상3상-45%)가 first-in-class로 분류된다 (Boston Analysis Group 보고서, 2013년).

하지만 first-in-class전략은 잘 알려지지 않는 분야의 연구에 도전하다 보니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칫 개발에 실패했을 경우 기업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많은 제약사들은 best-in-class 전략으로 신약연구에 임하고 있다. 이미 경쟁사에 의해 검증된 타깃에 뛰어들어 용법이 보다 간편하거나 부작용을 경감시키거나 약효가 개선된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전략은 글로벌  제약사들에서도 흔하게 발견되는 접근법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한국의 제약사들은 first-in-class 이든 best-in-class 이든 개발을 시작하여 도중에 라이센싱 아웃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목표 아래에서는 미국의 제약기업과 라이센싱 협의를 할 때 당연히 first-in-class 신약들이 더 유리하다. 이들 기업들이 파트너링 상대를 결정할 때 기존의 약들과 뚜렷이 차별화 할 수 있는 약을 선호하다 보니 이미 알려진 타깃보다는 새로운 타깃에 작용하는 약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행여 best-in-class전략으로 개발된 약이라 하더라도 선발약과의 격차가 짧을수록 가치를 더 지님은 물론이다. 대체로2-3년 정도 이내로 선발약과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한 후 글로벌 시장에서 파트너를 찾아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4. 애초부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도록 개발을 추진하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약개발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한 후 그 자료를 모아 각 나라에 신약 신청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사로서는 얻어진 신약개발 시험 결과가 각 나라의 허가당국에서 문제없이 통용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취지로 각 나라가 참여하여 신약 개발 자료의 형식과 해석을 표준화 하기 위한 국제 표준화기구 (IC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Harmonisation)가 만들어 졌다. 이 기구가 발족한 이후 신약개발 프로그램들이 표준화 되어 가이드라인으로 발표되었는데, 어느 제약사든 신약개발에 나설 때 ICH 가이드라인과 같이 잘 알려진 국제적 표준에 맞는 시험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들 국제적 표준은 신약개발에 관련 주요 모든 분야 (예: 전임상, 통계, 임상 등)를 망라하므로 어느 한 분야 (예: 임상)에 대해서만 국제적 표준에 맞춘다고 해서 전체 신약개발 프로그램이 국제적 규격이 되었다고 할 수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게다가, 특정 분야 (예: 전임상) 내에서도 모든 주요 시험 (예:약효, 독성 등)이 균일하게 가이드라인을 고려해서 수행되어야 함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ICH 가이드라인 같은 국제적 표준에 맞추는 것 말고, 개개의 신약개발 시험이 특정 질병이 갖고 있는 주요 이슈에 얼마나 부합하면서 수행되었는지도 신약의 질을 좌우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당뇨병약은 신약신청시 심장에 대한 안전성 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안전성 평가만을 위해 별도로 임상시험을 시행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임상1상부터 3상까지 시험을 진행하는 동안 얻어진 모든 환자의 자료를 집계하여 잠정적인 평가결과를 우선 제출할 수도 있다. 물론, 두번째 방법으로 하면 신약승인을 몇 년이라도 먼저 받을 수 있기에 처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개개의 임상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이처럼, 후에 생길 수 있는 이슈들을 미리 염두에 두지 않고 개개의 임상시험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같은 시간, 노력 그리고 비용을 들이고도 시장에서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신약개발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본적으로 ICH 가이드라인과 같은 국제 표준에 맞는 시험에 의한 자료가 확보되어야 하고, 각 질병에 따른 문제점에 유의하여 신약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한다.

5. 약효와 독성에 대한 질 좋은 데이터를 준비하라

신약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체는 역시 얼마나 우수한 약효를 지니고 있는지 여부다. 따라서, 개발중인 신약의 탁월한 효과를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단계에서 얻어진 데이터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특정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타깃을 대상으로 유효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순도 높은 생체외 (in vitro) 데이터를 얻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사람에서의 질병 상태를 제대로 대변하는 동물모델에서 입증하여야 한다. 또, 임상시험까지 진행할 경우에도 유효성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적절하게 디자인 하고 그 결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목표로 하는 질병에 대한 올바른 바이오마커 (biomarker)를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연구를 진행해 나가면 약효를 입증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임상시험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올바른 환자군을 선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시험을 실행하기에 앞서 적절한 바이오마커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 임상1상 시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들 바이오마커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디자인 하면 임상2상에서 얻어질 약효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약효 못지 않게 독성에 대한 우려를 없애는 데이터를 준비하는 일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실제로 신약의 임상개발과정에서 탈락되는 가장 큰 원인이 부작용/독성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상시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독성을 전임상 단계에서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의 질은 적절한 동물 모델을 사용하였는지, 투여 용량과 기간이 충분한지, 평가한 항목이 적당한지,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지에 대한 해석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6.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에 대한 이해를 높여라

신약이 임상시험 단계에 들어서면 허가당국과의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임상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 과정에서 FDA와의 커뮤니케이션 경험이 없으면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된다. 이는  한국의 회사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회사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중 하나는 규제과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일이다. 규제과학을 더 이해할수록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 어떤 데이터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지, 어떤 데이터는 보조적인 자료에 불과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보조적인 데이터는 승인 여부를 결정지우지 않는데도 이를 위해 아까운 연구비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이는 규제과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Pre-IND 미팅 등에서 FDA 측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규제과학을 좀 더 이해하면 신약개발 과정에서 불필요한 연구를 없애고 신약허가에 꼭 필요한 연구만을 하게 되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고FDA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해져 신약 승인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한국의 제약사들이 경험도 부족하고 연구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과학에 대한 투자를 미리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허가된 약들에 대한 프로그램과 그에 대한 FDA의 견해를 살펴볼 수 있는 예들이 DRUGS@FDA (http://www.accessdata.fda.gov/scripts/cder/drugsatfda/)에 상세히 나와 있으므로 이들 자료들만 잘 습득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FDA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기회 (Pre-IND, End of Phase1, End of Phase2a, End of Phase2, Pre NDA, End of Review 미팅 등)와 필요시에 제약사의 요구로 FDA의 의견을 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제약사가 당면한 현안 이슈들을 해소하면 좋다.

7. 미국 현지에 거점을 마련하라

우리의 제약사들은 국내 개발 → 국내 임상 → 해외 라이센싱의 순서에 따라서 신약개발을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내 제약사 자체의 연구를 통한 신약개발도 중요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미국 현지에 지사를 개설하거나 아니면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미국의 시장 상황과 밀접하게 연계하여 후보물질 탐색-전임상-임상-허가신청-마케팅 등의 업무를 미국 현지에서 추진하면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유능하고 경험 많은 전문가들을 영입하기가 유리하므로 새로운 여건에서 투자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또, 창의적인 연구 아이디어나 유망한 신약후보를 갖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여 빨리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들을 발판으로 삼아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미리 확보한다면 현지 사정에 어두워서 생기는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전략은 이미 일본의 제약사들이 널리 취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일본의 제약사들은 앞다투어 미국에 지사를 개설하고 더 나아가 현지의 바이오텍을 인수하고 있다 (표2).  지사나 현지의 기업을 활용하는 것이 미국시장 진출에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제약사들의 전략이 한국의 제약사들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수 있지만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일본의 기업에 비해 자본력이 크게 부족한 한국의 제약사들로서는 웬만한 규모의 기업을 인수할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을 인수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특정 제약사의 유망한 과제 또는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이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아니면 장래가 유망하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바이오텍이나 벤처 회사에 투자하는 것도 추진해 볼만 하다.

▲ 표2. 일본 제약사들의 미국 현지 기업 인수 현황




8. 네트워킹에도 노력을 기울여라

신약 연구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정보를 보다 빨리 취득하여 자신들의 연구에 응용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따라서 새로운 학술정보나 경쟁기업에서의 개발 현황을 더욱 빨리 알아내려는 노력도 해야하는데,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문헌 정보이외에도 미국시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을 맨투맨으로 만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미국 현지에서의 네트워킹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미국 현지에 지사를 개설하여 이를 통해 최신의 연구 경향에 대한 정보 수집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key opinion leader들과 교류하면서 연구 아이디어를 얻거나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 검증을 받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특정 질병에 특화된 각종 학회에서 최신 연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내고, 연구력과 전문성을 쌓기 위해 각종 워크샵에서 특정 기술에 대한 know-how를 배우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는 것도 곁들여야 한다.

임상개발 후반기에서는 미국 주요 보험회사의 pharmacy director들과도 관계를 맺고 개발중인 약이 더 가치를 지니면서 좋은 조건으로 보험약에 등재되기 위해선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미리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덧붙여서, 한국의 제약사들이 필자가 속한 재미한인제약인협회 (KASBP)의 학술행사도 주목해 보길 권하고 싶다. 미국 현지의 제약업계는 물론 FDA 및 아카데미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인적인 교류를 이룰 수 있어서 인력 채용이나 회사의 현안 이슈들에 대한 조언을 구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약사들이 부족함을 느끼는 연구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제약사들이 이런 다양한 네트워킹을 통해 적절한 타이밍에 얻어지는 정보를 잘 활용하면 경험부족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한국의 제약사들이 미국시장에 더욱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열거해 보았다. 이들 제안은 한국의 많은 제약사들이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평범한 것들이다. 신약개발은 험난한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투자를 거쳐 이뤄내는 것이기에 자칫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여 인내심을 잃고 서두르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염려에서 기본적인 사항들을 새삼 강조해 보았다.

현재, 한국의 각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이 미래의 제약산업을 이끌 성장동력이라는 인식 아래 혁신신약 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 혁신신약들을 미국시장으로 가져와 직접 임상개발을 하고 있는 것만도 10여개가 될 정도로 한국의 제약업계가 이뤄내는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하면서 현명하게 개발을 추진하면 그만큼 미국 시장의 문턱은 낮아질 것이다. 부디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에서 기원한 혁신신약들이 미국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글로벌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어  대한민국이 IT 강국에 이어 Bio 강국으로서도 그 명성을 높이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 본다.

<필자소개>
필자 약력 : 한용해 박사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후  같은대학에서  약학석사 (1988)와  약학박사 (1995)를 취득했다. 이후 동경대학교 약학대학 박사후연구원 (1996-1998), 미국 NIH, Visiting Fellow (1998-2001),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연구교수 (2001-2002)를 거쳤다. 현재 Bristol-Myers Squibb, Senior Research Investigator로 재직중이며  재미한인제약인협회 (KASBP) 회장 (2011-2013)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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