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 100년 세계로 미래로!

<글 싣는 차례>

1)글로벌전략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2)한국제약기술수준 어디까지 왔나
   2-2 개량신약
3)제약 선진국가 현황과 시사점
4)해외진출 현지화 전략으로 극복
 
 
▲ 서귀현 한미약품 연구센터 부소장, 상무이사

들어가는글

한국제약산업의 성과와 위기

한국 제약산업은 근대적인 모습으로 태동한지 어언 100년의 시간이란 흐름 속에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지금까지 성장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좀더 현대적인 모습은 아마 한국전쟁 이후 영양 불균형과 열악한 위생조건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외산 약물을 수입하여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생산관련 기술도입 및 시설장비 확충을 통해 국내에서 직접 약물을 생산하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원료의약품을 1960년대부터 국내에서 직접 합성하기 시작하면서 70년대, 80년대, 90년대를 지나 GMP 요건에 맞는 양질의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여하튼 꿈과도 같았던 신약개발의 단맛도 조금은 보게 되었다.

현시점에서 국내 제약산업이 걸어온 궤적을 냉철하게 돌이켜보자. 그 동안 국내제약사들은 국내생산 의약품에 대한 약가정책 및 보험환경 속에서 위험요소가 적은 제네릭 제품의 개발만으로도 일정한 수익과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하지 않은 채 효능∙효과가 동일한 다수의 제네릭 제품들을 다수의 제약회사들이 우후죽순 시장에 쏟아 부었고, 마케팅 활동이 과열화되어 여러 부작용을 낳아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 국내생산 제품들은 시장에서 제품특성에 기반하여 경쟁했다기 보다는 국내 제약시장의 특수성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는 우스꽝스런 양태를 낳기도 하였다. 그 결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선진 제약시장에 노크해 볼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국내 제약산업은 1987년도 물질특허제도 도입, 1995년도 TRIPs 협정 발효, 2000년도 의약분업 시행, 2001년도 원료의약품 GMP 제도 도입, 2008년도 새로운 GMP 제도 시행 등 대내외적 요구에 따른 각종 굵직굵직한 제도 도입과 법안 시행 등 거센 환경변화를 맞이하면서 어떤 때는 위축되고 몸살을 앓으면서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성장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각국과의 FTA 협약 체결, 특히 2012년 한미 FTA 시행 및 2015년 특허-허가 연계제도 도입, 약가 인하정책,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외국 제네릭 회사의 국내진출 본격화, 제네릭화 가능제품의 감소 등 대내외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국내 제약산업이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데에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한국 제약산업이 미래를 어떻게 열어갈 것인지에 대해 제약회사는 물론 정부에서도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실행 전략을 제시하고 있고, 그 근저에는 결국 제약산업의 글로벌화가 해답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의 필요성에 대한 구호만 난무한 감이 없지 않으며, 제약산업 또는 개별 제약회사의 입장에서 글로벌화하기 위해 어떤 구체적 목표와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노정된 어려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에 대해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기술적인 것이든, 정책적인 것이든, 인적인 것이든, 투자비용의 것이든 또는 연계된 인프라와 관련된 것이든 우리의 현재를 철저하게 되돌아 보고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제약산업의 현주소

궁극적 목표는 글로벌 혁신 신약의 창출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는…

누가 뭐라 해도,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 및 성과를 가늠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판단기준은 전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혁신신약의 확보와 그것을 끊임 없이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제약회사가 국내에서 탄생할 수 있는지가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동차, 전자, 반도체,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대다수의 산업분야에서는 그 이름이 전세계적으로 회자될 만한 기업과 제품들이 있는 반면, 제약산업 분야는 무려 250여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으면서도, 생산액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의 완제의약품 제조업소는 40개소(15%)에 불과하며, 년 매출 1조원을 상회하는 기업조차 없는 형편이다. 이런 까닭에 정부나 유관기관에서조차 제약산업을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하면서도 제약산업에 대한 일관된 정책수립 및 글로벌화 여건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반면에 제약산업 분야에서는 자신의 자발적 체질개선 없이 다른 산업분야에서처럼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고 각종 규제만 강화시켰다는 볼멘 소리를 해온 것도 사실이다.

1999년도 SK 케미칼의 선플라®를 시작으로 2012년도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21종에 이르나, 이중에서 년 매출 100억원 이상을 상회하는 제품은 스테렌®는, 조인스® 및 자이데나® 등 몇 종에 지나지 않으며, 의약품 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승인 받은 약물은 겨우 펙티브® 한 종에 불과하다. 더구나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 중에는 이미 그 수명을 다하고 생산 중단된 경우도 있고,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구가하는 제품조차도 제품의 혁신성이라기 보다는 일면 국내 의약품 시장의 특이성에 따른 성과인 것이어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사실상 무늬만 신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최근에 개발된 몇몇 제품의 경우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에서 가시적인 활로를 찾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현재 개발 중인 것들 중에서 주목 받는 제품도 있어서 앞으로 그 향방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애써 개발한 국내 신약들이 화려한 꽃을 피우지 못했을까? 제약회사 자체는 물론 신약개발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 인프라, 네트워크 등의 여건이 무르익기에 아직 시간이 덜되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결국 신약개발에 필요한 절대적 비용이 국내 일개 제약회사가 감내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질병과 연관된 약물표적을 선도적으로 정확히 규명하는 과학적 지식, 기술 및 인프라가 아직 충분한 궤도에 이르지 못하였고, 개발초기 단계에서부터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이 부족하였고, 신약개발을 위해 연계되어야 할 각 부문이 글로벌화 수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래 표 1에서 보듯이 국내 제약사의 R&D 투자액은 물론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에서도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여 열악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국내 제약사 R&D 투자비용이 신약개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과연 이러한 상태에서 글로벌 수준의 신약이 창출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갈 정도이다.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 매출액 모두를 합쳐도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 R&D 투자액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 2010년도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 및 국내 상위 10개 제약사의 R&D 현황


여기서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와 견줄만한 R&D 투자액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내업체간 M&A 등 몸집 키우기 등도 필요할 듯도 하다. 그러나 시너지 효과가 없는 인위적인 몸집 키우기는 오히려 위험을 자초할 수 있으므로 쉽게 얻을 수 있는 해답도 아닌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점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최근 제약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독려하기 위하여 정부가 주도하여 제약산업 특화펀드를 마련하고 해외 제약업체의 M&A, 해외 기술제휴, 해외 생산설비 및 판매망 확보 등 아이디어와 신제품을 보유한 기업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모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부주도로 마련된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 펀드가 장기간의 연구개발이 필요한 신약창출과 국내 제약사의 실질적 글로벌화에 필요한 제반 비용의 갈증을 모두 해소시켜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는 글로벌화에 요구되는 적절한 규모의 몸집 내지 역량을 갖출 때까지 신약개발을 수행하면서도 신약개발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특화된 실행방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화된 실행방안의 하나로 개량신약의 지속적인 개발을 이야기 하고 싶다.

개량신약 - 글로벌 진출의 학습 및 신약개발 재원 마련을 위한 유효한 전략이다

제약산업 관계자들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개량신약은 “기존 약물의 구조, 제제, 용도 등을 변형 내지 변경해서 얻어진 약물”을 통칭하는 것으로, “기허가된 의약품에 비해 안전성, 유효성, 유용성(복약 순응도, 편리성 등) 등이 개선되었거나 의약적 기술에 있어서 진보성이 부가된 약물”이다. 이러한 개량신약은 신규염, 용매화물, 이성체, 프로드럭 등과 같이 “화학적 구조”를 변형한 약물, 투여경로 변경약물, 제어방출약물 (CR, SR 등), 함량증감약물, 복합제(복합제는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하기도 함) 등과 같이 제제의 형태나 기술을 변형한 약물, 새로운 적응증으로 용도를 확장한 약물 등으로 구분된다. 결론적으로 개량신약은 “신약도 아니고, 제네릭도 아닌 신약과 제네릭의 중간에 있는 새로운 영역”이며, 관련기술의 형태나 내용에 따라 그 영역이 매우 넓다고 할 수 있다.

개량신약은 관련기술의 형태나 내용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신약과 달리“기존 약물의 변형에 따른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간소화된 전임상 내지 임상자료”만으로도 허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위 “자료제출 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2002년도 미국 NIHCM 재단 (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Care Management Research and Education Foundation)의 보고서에 따라 Incrementally Modified Drug (IMD)로 정의되며, 신약(NDA)[505(b)(1)], 제네릭(ANDA)[505(f)] 등과 달리 NDA[505(b)(2)]로 구분하여 허가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즉, 신약과는 달리 일부 자료는 기존에 공표된 자료를 인용하여 허가절차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paper NDA”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개량신약에 대한 허가절차가 모호하던 것이 2003년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이 개정되어 개량신약에 대한 허가자료의 범위를 이전보다 명확히 하였고, 이를 계기로 “암로디핀 제제” 등을 시발로 한 다양한 개량신약 개발이 국내에서 활성화 되기 시작하였고, 2008년에는 의약품의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에 관련규정을 마련하였고, 2009년 개량신약 인정 및 심사제도 운영지침을 마련하였다.

개량신약의 개발은 원래는 오리지널 회사들이 자사 제품을 좀더 개량된 형태로 switch 하거나, 관련기술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여 제품의 특허기간을 확장함으로써 제품수명을 연장시키는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리지널 회사들의 이러한 전략에 맞서 제네릭 회사들도 오리지날 제품을 개량하여 제품가치를 높이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시장에 빠르게 진출할 목적으로 개량신약 개발을 활발히 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 4월까지 약 10년간 미국 FDA에서 허가 받은 796종의 약물에 대해 분석을 해본 결과, 그림 1과 같이 [505(b)(1)] 규정에 따른 신물질 신약은 28%에 불과하였고, [505(b)(2)] 규정에 따른 개량신약이 64%로 미국에서 승인된 약물의 대다수를 차지하였다. 대표적인 성공적 개량신약을 유형 별로 요약하면 표 2와 같다.

▲ 미국 FDA에서 허가 받은 의약품 중 신약 및 개량신약 비율 (1998 – 2007.04)


▲ 유형에 따른 대표적인 개량신약의 특징 및 성과


개량신약도 경우에 따라서는 혁신성이 인정되어 신속심사를 받을 수 잇다. 예를 들어, 1989년부터 2000년까지 12년간 허가된 1,086개 신물질 신약 중에서 혁신적이라고 평가된 약물은 15%에 지나지 않은 반면, 개량신약 중에서도 약 8%는 혁신적이라고 평가되어 신속심사를 받았다. 이점에 이르러 우리는 많은 것을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innovative drug, first in class drug, best in class drug, highly unmet need solving drug, global drug 등으로 장식되어야 할 미래에 요구되는 신물질 신약개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고, 더 많은 개발비용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표 1에서 보듯이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하여 매출규모는 물론 R&D 투자여건이 열악한 국내제약사가 신물질 신약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혹자는 전임상 단계 및 임상 초기단계에서 기술 수출하는 전략을 R&D 비용의 해결방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초기단계에서 군침을 흘릴 만한 신규 질병표적을 국내에서 다양하게 개발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면도 있고, 이미 알려진 질병표적의 약물개발은 앞선 경쟁약물과 차별화된 우수성을 확보해야 하나 동물모델이나 임상개발 초기단계에서 이를 충분히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임상에서 차별화된 우수성의 데이터가 확보될 때까지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도입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 초기단계에서 몇몇 기술수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성공적 제품화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 수익을 창출한 사례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렇듯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과 10년이 넘는 개발기간이 소요되는 매우 모험적인 신물질 신약개발에 비해, 개량신약은 경우에 따라서는 3 내지 5년의 연구개발 기간에 수 십억 원 정도의 연구개발비용 만으로도 개발이 가능한 분야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글로벌 수준의 신물질 신약개발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신약개발 비용에 대한 재원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 즉 개량신약의 개발전략이 지속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표 2의 제노포트사(Xenoport)와 알자사(Alza)의 성공적 사례에서 보듯이 차별화된 개량신약의 개발은 오히려 글로벌 회사 및 오리지널 회사에 관련기술을 역으로 수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어줍잖은 신약을 능가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업계에서도 다수의 성공적인 개량신약 개발 사례가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소염진통제 피록시캄을 패취제로 개발한 SK 케미컬의 “트라스트”, 공격인자 억제제인 라니티딘과 방어인자 증강제인 비스무스 및 수크랄페이트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하여 위궤양 치료 효과를 극대화한 대웅제약의 “알비스”, 고혈압치료제 암로디핀의 신규염을 개발하여 성공적인 염변경 개량신약으로 자리잡은 한미약품의 “아모디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고, 이들은 수년간 수백억 원의 년 매출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진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거대 글로벌 제약사와 험난한 특허분쟁까지 겪으면서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세계 최초로 진출하게 된 한미약품의 또다른 염변경 약물 “에소메졸”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진출 개량신약이라 할 만하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은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의 흡수율을 향상시키고 개인 흡수편차를 줄일 수 있는 “마이크로에멀젼 가용화 제제 기술”을 개발하여 국내 제품화는 물론 사이클로스포린의 오리지널사인 스위스 노바티스사에 1,7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로얄티를 받고 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도 올린 바 있다. 또한, 약리기전이 서로 다른 두 개의 고혈압치료제, 즉 암로디핀과 로잘탄을 하나의 약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단일 고혈압 치료제로 치료가 충분치 않은 환자에 대해 우수한 효과를 증명한 한미약품의 복합제“아모잘탄”은 국내에서 수 백억 원 매출을 올리는 성과와 함께 로잘탄의 오리지널사인 미국 머크사에 역으로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특히, 얼마 전 미국 허가를 취득한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은 미국의 특허제도를 잘 이해한 상태에서 오리지널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넥시움”에 대한 특허상황을 철저히 분석한 후,“넥시움”특허에 저촉되지 않는 기술을 전략적으로 개발하고, 미국 FDA와 pre-IND 미팅 등 미국 허가에 필요한 전임상 및 임상자료를 미리 확인하여 이를 신속히 마련하고, 또한 미국 FDA에 NDA 신청 후 벌어질 수 있는 특허분쟁을 위해 미국 로펌의 변리사, 변호사들과 함께 철저하게 소송 대비를 하여 사실상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구나 미국 현지의 CRO를 통한 허가자료 준비, 미국 현지의 CMO를 통한 완제생산, 미국 현지의 제네릭 회사를 통한 제품 유통, 판매망 확보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어서, 국내의 제약회사가 미국 등 제약선진국 진출을 위해 개량신약 개발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또 일련의 개발과정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하나의 모델로 참고해야 할 것 같다.

글로벌 개량신약의 성공적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허전략과 타이밍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 특허전략의 시작은 개발하려 하는 제품의 특허상황을 세세한 부분까지를 정확히, 철저히 파악하고 해당특허들이 무효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명확히 한 다음, 정면돌파 할 것인지 우회기술을 개발할 것인지 전략적 개발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특허소송이 필수적이므로 연구개발 초기부터 특허소송을 고려한 대책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타이밍 전략은 특허전략 이상으로 중요하다. 좋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시기적으로 늦으면 글로벌 시장진입은 성공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경쟁사들이 많이 존재하는 경우에 독점기간도 보장되지 않지만 가격경쟁에 밀려 시장의 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최대한 빨리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화하여 다른 경쟁사들보다 앞서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성공의 필수비결이다. 최근 전세계 굴지의 제네릭 회사들은 신물질 신약이 등록되기도 전에 제품 관련기술 및 시장성 등을 분석하고 연구개발에 착수하여 자사 제품을 뒷받침할 수 있는 특허를 출원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가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제약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에 따르면, 제약산업을 미래를 선도할 핵심산업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과 추진전략을 제시하면서 우리나라가 2020년 세계 7대 제약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투자 등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개방형 R&D 확대 및 신약개발 R&D 강화를 위해 정부 R&D 지원 확대, 제약산업에 대한 투자 및 융자를 위한 자본조달 재원마련, 제약산업 핵심 전문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 전략적 해외진출 확대로 11조원의 수출액 달성, 선진수준의 인프라 구축, 임상시험 국가순위 5위권 진입, 국내 제약사 글로벌 50위권 1개 이상 진입, 블록버스터급 글로벌 신약 4개 이상 창출 등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였다.

신물질 신약은 물론 개량신약, 제네릭 약물 조차도 독자적으로 미국과 같은 제약 선진국에 도전하여 허가를 취득한 사례가 손꼽을 정도인 국내 제약사에게 개량신약의 개발은 글로벌 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글로벌 도전을 목표로 한 개량신약 개발은 글로벌 진출과정에서, 개발전략에 따른 특허확보 능력, 전임상 및 임상시험의 추진역량, cGMP 수준의 제품생산 역량, 제품허가에 따른 허가기관 대응능력, 기술수출의 사업역량 등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학습할 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이러한 학습과 경험은 미래에 창출될 신물질 신약을 어떻게 글로벌 수준에서 신속하게 제품화하고 최대의 사업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마무리하면서

최근, 국내 제약사 대다수가 개량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혁신신약 개발과 더불어 각자의 회사에 걸 맞는 기술과 특화된 장점을 살려 다양한 형태의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개량신약 개발전략이 아직도 내수시장의 눈 높이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대다수의 회사가 유사한 전략으로 동일 적응증에 비슷비슷한 제품을 개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2009년 이후 임상시험 단계 진입한 국내 개발개량신약의 대다수는 복합제이고, 특히 심혈관 질환 치료제, 당뇨 및 대사성 질환 치료제, 호흡기질환 치료제들을 적절히 조합하는 방식으로 우후죽순 약물개발을 시도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것은 결국 제네릭의 경우처럼 과당경쟁만을 유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의 약물 개발의 흐름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눈을 밖으로 돌려서 글로벌 흐름을 감지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수립이 더욱 더 필요하다 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혁신성 있는 글로벌용 개량신약의 제품화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체계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제약사들도 뼈를 깎는 노력과 과감한 R&D 투자를 통해 파괴력 있는 제품 개발을 위래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얼마 멀지 않은 미래에 제약산업이 국가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제약산업에 몸답고 일했다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참고자료
1. NIHCM Foundation, “Changing Patterns of Pharmaceutical Innovation”, 2002.05
2. 의약품정책연구지 3권 1호, “개량신약의 개발현황, 전망, 과제”, 이관순, 2008
3. 식약처, 제품화지원센터, “개량신약개발시 고려사항”, 윤은정, 2010.11.23
4. Datamonitor 2011-11
5.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국내 최초의 제약산업 특화 펀드 본격 출범”, 2013.09.05
6. 약업신문, “차세대 기대주 개량신약이 온다 - 이해와 개발당위성”, 2006.03.27
7. KEIT PD Issue Report, “개량신약 개발 현황 및 전망”, 박경문, 2012.10

[필자소개]
서귀현 부소장은 경희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유기화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영진약품㈜ 중앙연구소와 ㈜미원 중앙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에스텍파마에서 연구소장으로 근무하였으며, 현재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부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산업기술평가원 산업기술개발사업 기술개발기획평가단 위원, 한국발명진흥회 특허맵 작성사업 기술자문 위원 등으로 활동하였고, 한미약품에서 2009년까지 구조변경 개량신약 개발을 담당하였고, 2010년 이후에는 항암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대사성질환 치료제 등 합성신약 후보물질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염변경 개량신약인 슬리머 및 에소메졸의 개발 공로로 2008년도와 2011년도에 장영실상을 두 차례 수상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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