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차례>

1)글로벌전략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1-1 글로벌시장을 무대로 뛰자(정원태)

2)한국제약기술수준 어디까지 왔나
3)제약 선진국가 현황과 시사점
4)해외진출 현지화 전략으로 극복 

▲ 정원태 글로벌 개발본부 전무이사/약학박사

골목대장이었던 우리제약업계

어느 정부-산업계 회의석상에서 정부 당국자로부터 제약산업은 그 동안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연구개발보다는 내수위주의 과당경쟁과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다는 질타를 들은 적이 있다.

한마디로 제약은 우물 안 개구리로 박 태준, 이 병철, 정 주영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회사 임원은 ‘우리도 피나게 노력해서 조금씩 성과도 나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은 규제일변도였지 않느냐’고 항변했지만 그래도 제약입국(製藥立國) 보건보국(保健報國)의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니 정책 당국자의 질타는 국민의 질타라고 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했다. “짧은 인생, 영원(永遠) 조국에” 바친다는 일념으로 제철입국(製鐵立國)의 길에서 일생을 마친 박 태준, 제일제당 설립 2년 만에 이미 거부가 되었고, 일신을 안락을 위해서는 그것으로 충분했겠지만, 축재(蓄財)가 목적이 아니라 신생조국에 기여할 사업을 일으키겠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일념을 가졌던 이 병철, 500원짜리 돈을 보여주며 어촌마을 허허벌판에 선박을 수주하고, 길은 없으면 만들어 나간다는 정 주영. 그들도 아마 초기에는 외롭고, 지치고, 힘들고,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제약산업은 이제 13조원 규모로 포화된 국내경쟁에서 탈피하여 자동차나 핸드폰, 전자처럼 과감하게 글로벌로 나가 돈을 벌어 와서 효자산업이 되라는 정책적, 사회적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치열하게 다투던 국내시장은 전세계의 겨우 1%에 지나지 않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 권역 별로 본 전세계 의약품 시장규모

 
눈을 글로벌시장으로

한국제약산업은 한-미 FTA의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쌍벌죄, GMP및 규제강화 등이 진행 중이다. 글로벌로 가느냐, 아니면 자동차와 반도체 대신 선진국에 양보해야만 될 포기산업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거센 환경변화를 맞이 하면서 제약이 생존을 고민한다는 것은 세계시장은커녕, 국내에서조차 독보적인 기술로 시장을 지배할 기업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많은 회사가 “이제는 글로벌이다” 라고 외치지만, 아직까지 어떤 회사도 독점적 기술개발이나 그를 통한 해외진출에 크게 성공한 롤모델이 거의 없다.

이런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2012년 단행된 약가일괄인하 조치는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폭이어서 제약업체들은 반대논리를 만든다, 국민에게 호소하는 광고를 한다, 서명운동을 한다, 생산중단 시위한다는 등등 분주하게 반대의견을 표명하였으나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 반론은 묻히고 말았다.

막무가내로 반대만 할 수도 없던 것이 정부가 주도하는 보험 환경 속에서 회사들이 일정한 수익도 나고 안정적 성장도 해왔지만, 위험이 적은 제네릭 개발에 안주하다 보니 과열된 마케팅으로 여러 부작용도 낳아왔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약가일괄인하 라는 강한 처방에다가 다행히도 신약개발경쟁력을 갖춰서 글로벌제약사에 비해 뒤처지지 않을 능력을 키우라고 제약선진화방안도 함께 내어 놓았다. R&D우수 제약사 (혁신형 기업)에 대한 우대 등이다.

선정된 회사들은 제약산업 선진화라는 정책 목표에 따라 당근이 주어진 것은 다행이지만 그래도 매는 실컷 맞고 당근은 너무 조금이라는 주위의 푸념도 자주 듣지만 그나마 선정되지 않은 많은 회사들은 당근도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

국내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이 전략적 제휴라는 미명아래 아무리 박한 마진과 굴종을 강요해도 다국적사의 블록버스터 판매대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안타까운 현상도 벌어졌다.

나만이 가진 물건이 있어야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데 의약품의 이런 물건이 일조일석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내 물건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장사하는 진정한 국내제약사의 글로벌화를 위해 새로운 묘안을 찾아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매출이 확 날아가면서 회사들은 예외 없이 자구책을 찾아야 했다.

인적 물적 구조조정을 통하여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든지, 아니면 획기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외자사의 불록버스터의 판매권을 자처하든지, 일반약을 더 팔던지, 화장품이나 기능성식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든지, 정말 남이 가지 못한 획기적인 약을 들고 나가서 글로벌에서 경쟁하든지 등등이다.

그 동안 수많은 자구책 중에서 제네릭이 80%를 받던 중흥시대에서 68%를 받던 준 중흥시대를 거쳐 이제는 일괄 53.5%의 시대로 오면서 과거 따듯한 안방에서의 영화는 없다, 연구개발과 글로벌만이 살길이다라고 느낀 것은 긍정적이었다.

초강대국 미국도 이런데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초강대국미국의 의약품정책의 지향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의 약은 더욱 싼 가격에, 미래에는 더욱 좋은 약을 (cheaper drug today and better drug tomorrow)” 국민들에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약물을 끊임없이 연구개발이 이뤄지도록 특허에 의한 독점이익을 보장하지만 특허가 만료되면 빠른 시간 내에 제네릭이 출현하여 시장경쟁에 직면함으로써 대조약의 독점력 과잉을 방지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의 수가 우리나라 인구수보다 많다고 한다. 오바마 1기 정부시절인 2010년 3월 21일 근 100년 만에 미국의 건강보험개혁법이 통과 되어 2019년까지 3200만 명의 건강보험 적용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메디케이드(Medicaid) 지원을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건강보험개혁을 위한 예산은 향후 10년간 9400억 달러가 든다. 이라크 전쟁비용보다 작은 금액이다. 그간 부당한 이익을 벌어 온 제약업계와 건강보험회사의 세금을 높여 국가 재정은 단 1달러도 악화시키지 않겠다.”

건강보험 재정은 수입을 늘리고 지출은 줄여야 하는데 건강보험료 인상은 어느 정권에서건 국민의 저항으로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도 노령화 속도는 매우 빨라 만성질환도 늘어가고, 그에 따라 의약품 사용량도 늘어나고, 건강보험 보장폭도 계속 확대될 수 밖에 없어서 지출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쉽게 통제할 수 있고 또한 직접적으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약가인하였다.

▲ 미국의 보건의료를 풍자한 영화 [식코]


미국제약도 First in Class, World Best, Global Innovative을 만들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개발경쟁이 치열해 지고, 점점 더 고비용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아래 보듯이 10년 동안 신 물질신약으로 허가 받은 품목을 몇 개를 보유하고 있는지 회사별로 분류해보면 10년간 딱 1개의 신약을 허가 받은 회사가 50개사로 대부분이고, 10개 이상, 즉 1년에 평균 1개의 신약허가를 받은 회사는 5개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도 좀 된 통계라 아마 요즘은 더욱 더 신물질의 개발은 어려워졌을 것이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만드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와 같다.”는 구절이 연상된다.

▲ 10년간 미국회사가 개발한 의약품품목 수와 회사 수

게다가 일껏 개발해도 시간이 지나면 제네릭이 등장하여 공공재화 (公共材化)하여 건강보험예산을 절감하려는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에서는 가격압박을 받기 일쑤이다. 내릴 수 있는 것을 여태껏 비싸게 팔아먹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미국 뉴욕주의 외과전문의이며 하버드대교수이자 제약평론가인 Marcia Angell박사는 이렇게 표현했다. “제약산업은 큰 곤경에 처해있다. 새로 내놓을 신약이 없다. 국민들은 과도하게 책정된 약품가격에 분통을 터트리고, Big Pharma의 순이익은 하락세이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래서 미국제약회사들이 이런 국내적 환경을 극복하고 눈을 세계로 돌리는 돌파구로 삼기 위해서 세계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려는 지도 모를 일이다.

 

▲ 미국제약평론가 Marcia Angell박사


어렵게 발매되더라도 기존약에 비해 훨씬 혁신적이라고 평가 받는 경우도 15%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혁신성을 띄기 어려운 것이다.

혁신적이냐 그렇지 않느냐를 알기 위해서 허가를 받기 위해, 신속심사(priority review)를 거쳤는가, 표준심사(standard review)를 거쳤는가로 나눠보면 되는데, 1989년부터 2000년까지 12년간 허가된 1086개 신 물질신약은 전체의 35%였고 그 중 혁신적이라고 평가된 약물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54%나 차지하는 대다수의 개량신약 중에서도 약 8%는 혁신적이라고 평가되어 신속심사를 거쳤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점이 크다.

▲ 1989-2000년 (12년간) 미국 FDA에서 허가된 의약품들의 혁신성
 

타산지석으로 다른 산업에서 배우자

글로벌화를 이루겠다면서도 초강대국 미국의 현실을 보면 그리 녹녹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눈을 다른 데로 돌려 성공을 이뤄낸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서 배울 점은 없을까? 현실적으로 자동차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차체설계능력, 부품의 제작조립능력, 엔진 설계능력, 디자인기술 등이 필요하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자동차의 재료가 되는 철강산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능력을 갖춰서 설사 자동차라는 물건이 우리 힘으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그 걸 살 수 있는 국민소득이 있어야 하겠고, 소비자에게 팔린 차가 굴러 다닐 수 있는 도로망이라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만 한다. 몇 명 안 되는 수요층을 위해 꼭 우리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가?

우호국인 미국이 엄청나게 대량생산하고 있고, 당장 수많은 국민이 끼니 걱정을 하는데 차를 사겠는가? 체급(體級)이 맞지 않는 미국에 과연 수출이 가능하겠는가? 하고 생각하기 쉬웠을 것이다. 

그래도 그 때 누군가가 우리나라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세계를 제패하는 자동차 생산강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겼기 때문에 지금은 반도체산업과 함께 국민을 먹여 살리는 효자산업이 되었다. 

▲ 효자산업이 된 자동차산업의 발전


눈을 제약으로 돌려서, 단순한 제네릭을 가지고, 선진국이라는 미국의 의약품시장으로, FTA도 체결 안 한 외국의 중소기업이 성공적으로 진출한 사례는 많다.

미국의 정치와 경제, 과학과 의료계의 전문직을 주름잡는다는 유태인의 두터운 인맥(Jewish network)으로 성공한 TEVA, 또한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치부하던 인도의 Cipla나 Ranbaxy가 축적된 제네릭의 기술력과 미국 내 개발자-허가당국-의사로 이뤄진 인디언 인맥(Indian network)을 이용하여, 제네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다가 조직의 인수합병을 통해 이제는 신물질 신약(NME)부문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도 언젠가는 미국시장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왕성한 신약개발력과 더 싼 제네릭을 동시에 요구하는 미국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 1901 년 당나귀로 약품을 공급하던 TEVA의 설립과 글로벌 톱15의 오늘


이렇게 노력함으로써 국가전략산업이 된 경우도 있다. ‘북유럽의 일본’이라 불리는 스웨덴은 SAAB비행기, VOLVO자동차등 수많은 명품을 자랑하는 산업강국(産業强國)이였다.

그래서 국가적으로는 기계공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는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이런 기계산업보다 무명(無名)의 시골 제약회사가 만든 신약 하나가 벌어들이는 이익이 비행기나 자동차가 벌어들이는 것보다 훨씬 커서 제약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강한 육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 스웨덴전략산업이 된 Astra-Zenca의 성공


맺는말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학전공에 대한 선호도가 바뀐다. 1970년대는 화학에 우수인재들이 몰렸고, 1980년대에는 전자공학에 많은 인재들이 몰렸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의 화학공업과 전자 IT산업이 활짝 꽃피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소위 엄친아라 불리는 요즘의 우수인재들이 의, 약학계열로 몰리고 있으니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와 제약산업이 세계를 주름잡는 날도 멀지 않았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제약산업을 차세대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한바 있으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미래산업의 핵심은 제약이 될 것으로 예견하였다. 국내제약산업은 의약품을 수출하여 달러를 벌기 위해 많은 제약회사들이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지의 바이어를 발굴한 덕분에 국내경쟁의 압박에서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기업이 중국이나 인도의 원료를 사다가 완제품으로 만들어서는, 후진국시장에서 중국, 인도의 제품과 가격경쟁을 하기란 점점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제네릭에서 개량신약(IMD, incrementally modified drugs)으로, 그리고 신물질신약(NME, new molecular entity)으로 꾸준히 진화해야만 한다. 
 

▲ 한국제약산업의 발전


참고한 자료

1.  PHARM EXEC TOP 50 : The winner’s circle (May 2008)
2.  US FDA WEBSITE
http://www.fda.gov/cder/rdmt/pstable.html  (1990-2004 허가현황)
http://www.fda.gov/cder/rdmt/default.html  (2005-2007 허가현황)
3. “Changing Patterns of Pharmaceutical Innovation”, reported May 2002,
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Care Management Research and Educational Foundation
4. , Marcia Angell, 2009

[필자소개]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글로벌 개발본부 전무이사)

정원태 전무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국립공중위생원(NIPH) 포스트 닥  및 일본 시즈오카대학교에서 강사로 재직후, 일양약품 연구개발이사, 한미약품 개발상무를 거쳐 현재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전무이사로 재직하고있다. 일양약품의 물질신약 놀텍(ilraprazole), 의 개발 및 해외라이센싱에 성공하였고, 한미의 개량신약 및 유나이티드제약의 개량신약 클란자CR, 클라빅신듀오, 실로스탄 CR정등의 개발에 성공하였으며 연구개발과 해외라이센싱업무를 담당 하고있다.

정원태박사는 과학재단 KOSEF의 <질환중심글로벌신약후보발굴사업>심사위원, 제약협회 기획정책위원, 해외진출위원회 위원등으로 활동중이며,  일본과학기술청 우수연구상,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한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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