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행 약가인하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시행 중인 ‘합리적 조정범위(reasonable Zone)’를 도입해 약가 인하율을 2~5% 사이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위원장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가 공동 주관한 ‘합리적인 약가제도 모색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이재현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현 교수는 현행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대만, 호주에서 시행 중인 ‘R-zone(Reasonable zone)’을 제시했다. ‘합리적 조정범위'라고 불리는 이 범위 내에서는 약가를 인하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5%, 대만은 신약 15% 및 제네릭 6%, 호주는 10%인 R-zone에서는 약가를 인하하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3번에 걸친 실거래가 약가인하 결과에 일본의 R-zone 5%를 적용하면 그 동안 인하했던 품목의 80.5~89.3%가 약가인하 유예 품목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일본과 대만, 호주는 신약에 대해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를 완충해주는 제도가 있어 기업의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본은 첫 번째 제네릭이 출시되기 전이나 신약이 등재된 후 15년이 지날 때까지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를일정 비율 유예할 수 있다”며 “대만은 신약의 조정 약가가 동일 계열 약제 최고가의 70%에 미치지 못할 경우, 동일 계열 최고가의 70%로 조정하고, 호주는 첫 번째 제네릭이 출시되기 전까지 신약의 실거래가를 조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실거래가 약가인하 제도를 보완할 경우 R-zone 범위는 의약품 유통구조가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일본의 예를 참조해 최소 2~5% 사이로 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이 경우 현행 10%의 인하율 상한선을 폐지하거나 조정하는 방안도 병행해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현 교수는 “현재의 약가 사후관리는 규제적인 차원에서 약가를 인하하는데 주력하고 있어 의약품 선택이나 사용량 관리에 상대적으로 불충분한 측면이 있다”며 “약가 사후관리의 정책 방향은 약가의 효율적 관리 및 적정 사용 유도, 비용‧효과적인 의약품 사용 장려 등 일관된 목표를 갖고 균형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는 여러 제도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제도 간 충돌이 일어나거나 조화를 이루지 못해 운영상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는 제약사뿐만 아니라 도매상과 약국에까지 반품이나 가격 정산 등으로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도매상은 제약사와 약국 등 요양기관 중간에서 차액정산에 대한 업무한 수행할 뿐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해 손해만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인하 제도가 저가구매장려금 사업을 통한 보험재정 절감 효과 등 약제비 절감효과가 있지만, 저가구매장려금의 90% 이상이 구매력이 큰 요양기관에 쏠리는 ‘장려금 쏠림 현상’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8년 상반기에만 1,276억원의 약품비 절감이 있었다. 요양기관에 장려금을 지불하고도 적잖은 약품비 절감효과를 거둔 상황에서 다시 제약사의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정책적 차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며 “사용자에게 저가 구매를 장려하는 것은 저가 공급을 강요하는 것인 만큼, 이를 약가인하의 근거로 활용하는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그 동안 3번에 걸친 실거래가 약가인하에서 평균 1,081억원의 보험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평균 4,061품목에 대해 품목당 평균 2,400만원씩, 평균 1.5%의 약가를 인하했다”며 “이로 인해 정부는 과도한 행정 부담을, 제약사는 돌이킬 수 없는 약가인하를, 도매상 및 약국에는 불필요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어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저가구매장려금의 대형병원 쏠림현상뿐만 아니라 특정 제약사에서 특정 제형의 특정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며 “특정 제약사가 약사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 상 특별한 위법 행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가인하라는 불이익 처분을 지속적으로 중복해서 받는 것은 제도 적용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약가인하는 신약개발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국산 신약은 3번의 실거래가 약가인하에서 평균 인하율이 0.65%로, 한 품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1.0% 미만으로 인하돼 약가인하의 의미도 없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그는 현재 실거래가격은 제약사의 출하가가 아닌 도매상의 판매가로 제약사와 무관한 가격인 만큼, 이를 약가인하의 근거로 삼는 것은 논리적으로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또 약사법상 도매상이 실제 구입한 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도매상의 의약품 판매 내역은 영업비밀 보호라는 이유로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는 고스란히 제약사가 감수하고, 약사법을 위반한 도매상은 처벌받지 않아 시장질서가 왜곡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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