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동헌 중대 약대 명예교수(왼쪽)과 북청농업전문학교 졸업증 및 연구원증

"근대약학 100년, 비교적 가까운 시간임에도 잊혀져 가는 목소리가 있다"

약학회가 이를 잊지 않고 그 육성을 문자로 담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첫번째 주자는 중대 약대 손동헌 교수이다.

지난 28일 대한약학회 심창구 약학사분과학회장은 서울대 SK게스트하우스에서 정기화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약학사분과학회 운영위원), 손의동 중앙대 약대 교수, 주승재 서울대 약대 교수가 배석한 가운데, 중앙대학교 약대 손동헌 명예교수(90, 중대약대 1회 졸업)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심창구 회장은 "근대약학 역사 100년에 대해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있다. 약학계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라며 "가산 약학역사관을 설립하고, '서울대 약대 100년사'를 발간했지만 100년이란 시간이 긴 세월도 아닌데 '연구'라고 지칭하는게 우스운 일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서울대 약대 100년사' 편찬의 의미가 크지만, 그럼에도 지난 100년을 현장 최일선에서 살아온 원로 약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아직 담지 못했다는 겸손한 자조(自嘲)였다.

심 회장은 "원로 약학자들의 경험담을 보려고 하니 기억력이 쇄하시거나 작고하신 분들이 안타까웠다"라며 "대한민국 1호 약학박사인 고(故) 홍문화 교수도 예전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지만, 요즘은 아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유명한 분도 시간이 지나면 흔적이 지워지는 것을 체감하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는 생존해 계신 원로 약학사분들의 경험담을 녹취를 통해 기록을 남기려고 한다"면서 "중앙대학교 손동헌 명예교수를 첫 녹취록 기록자로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손의동 교수, 정기화 교수, 손동헌 교수, 심창구 교수, 주승재 교수

손동헌 교수는 1930년 4월 8일 함경남도 북청 출신으로, 6·25 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와 1957년 중앙대 약대 교수로 약학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1970년, 1987년 문교부장관 표창장(문교부), 1991년 약의상(약업신문), 1991년 정부 국민훈장 동백장(정부) 등을 수상했다.

약업닷컴은 현장 스케치를 통해 손동헌 교수의 함남 시절과 6·25전쟁, 중대 약대 입학까지의 회고를 함께 지켜봤다.

"함경남도 북청군 양화면에서 자라났는데, 집안이 과수원도 있고, 농사도 해서 먹고는 살았습니다. 북청농업학교 입학이 1944년인데, 2학년 때 해방이 된 거지. 우리는 그 때 당시 해방된 것도 모르고 이틀째에 솔뿌리를 캐면서야 들었어요"

해방 이후 북청농업학교가 학제개편으로 북청농업전문학교가 되면서 손 교수는 수의사 과정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손 교수는 이를 통해 북에서부터 생리, 약리, 병리, 산과, 내·외과 등 교육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약학자로서의 기초를 쌓았다.

"1950년 1월 6일에 취직이 됐는데, 평양에 있는 국립가축위생연구소에서 근무(돈페스트부 기수)하게 됐습니다. 이북에서는 학제 이후에 교장이 직접 근무처를 지정해주는데, 제가 있던 가축위생연구소에서는 돼지콜레라, 탄저병 등 질병예방을 위한 백신을 제조하는 곳이었습니다"

이후 6·25가 발발해 기술자들은 이남에 보내면 안 된다는 기조에 병역 면제를 받았는데, 전선이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피난 생활을 통해 남쪽에 자리잡게 됐다. 

남쪽에서 와서 대한민국에서도 약학자로서 삶을 이어가고 싶었던 손 교수는 서울대 약대에 원서를 넣었으나, 졸업장과 성적표를 보였음에도 이를 인정 받지 못하다가 중앙대 약대에서 만고 끝에 중대 약대생으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날 현장 스케치 이후에도 손동헌 교수는 약학사분과학회와의 대담으로 약대 입학 이후 현재까지 이르는 약학계 주요 사건을 생생한 목소리로 증언했다.

한편, 이번 녹취록 전체 내용은 약학사분과학회와 손동헌 교수의 검토를 거쳐 다듬은 후 약학사회지에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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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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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심창구 분과학회장님!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추진하는 실력자이시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2020.07.29 13:43)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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