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부터 2013년 사이에 유럽 의약품감독국(EMA)에 의해 허가를 취득한 48개 항암제(68개 적응증) 가운데 57%가 효능이 충분하게 입증되지 못한 채 시장에 발매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요지의 조사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게 할 전망이다.

즉, 환자들의 삶에서 이 항암제들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크게 유의할 만한 수준의 개선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이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및 킹스칼리지 런던 공동연구팀은 의학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에 지난 5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의 제목은 ‘유럽 의약품감독국에 의해 승인된 항암제들이 총 생존기간 및 삶의 질에 미친 효능 입증자료의 효용성: 2009~13년 승인된 약물들의 후향적 코호트 시험’이다.

보고서는 EMA로부터 허가를 취득한 항암제들이 대부분 생존기간 연장 또는 삶의 질 개선 등을 나타내는 강력한 예측변수(predictors)들이 아니라 대리지표(surrogate measures)들을 근거로 승인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현재 유럽 각국에서 발매되고 있을 뿐 아니라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ies)로 지정받기까지 했던 항암제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에 발매 중인 제품들이나 심지어 플라시보와 비교하더라도 비교우위 효능이 실질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조사기간 동안 허가를 취득한 68개 적응증 가운데 괄목할 만한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입증된 경우는 24개 적응증이어서 35%에 불과했을 뿐, 평균적으로 보면 연장된 생존기간이 1.0~5.8개월(평균 2.7개월)에 그쳤다는 것.

마찬가지로 허가를 취득했을 당시 괄목할 만한 삶의 질 개선효과가 입증된 적응증은 68개 중 10%에 불과한 7개 뿐이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허가취득 당시 생존기간 연장효과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못한 44개 적응증 가운데 시판 후 조사를 통해 연장효능이 입증된 경우는 3개 적응증(7%), 삶의 질 개선이 입증된 경우 또한 5개 적응증(11%)에 머물렀다고 보고서는 꼬집었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점으로 인해 일부 환자들에게 잘못된 희망(false hope)을 안겨주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불필요한 약물독성에 노출되도록 하면서 상당한 수준의 불필요한 비용지출까지 감수해야 하도록 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공동저자의 한사람인 런던정경대학 보건정책학과의 후세인 나시 조교수는 “놀랍게도 유럽시장에서 발매된 항암제들 가운데 환자 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개선 효능을 명확하게 입증한 자료가 확보된 사례는 드물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항암제 신약들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때 적용되는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나시 교수는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팀에 따르면 평균 5.4년(최소 3.3년~최대 8.1년)에 걸친 추적조사를 진행한 결과 괄목할 만한 수준의 생존기간 연장 또는 삶의 질 개선효과가 입증된 항암제들은 전체의 51%에 해당하는 35개에 불과했다.

반면 49%에 달하는 33개 항암제들은 임상적으로 유의할 만한 수준의 생존기간 연장 또는 삶의 질 개선효과가 입증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작업을 총괄한 킹스칼리지 런던 글로벌 보건‧사회의학과의 커트니 데이비스 박사(의료‧정치사회학)는 “5년여 기간에 걸쳐 허가를 취득하고 발매된 항암제 신약들의 효능 입증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 또는 삶의 질 개선 효능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설령 효능이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당수는 미미한(marginal) 수준에 불과했다는 것.

그는 뒤이어 “환자 뿐 아니라 의사들도 약효와 관련한 최신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상적 효용성이 탄탄하게 입증되지 못한 고가의 약물들이 허가를 취득하고 급여가 적용되고, 이로 인해 개별환자들에게는 유해한 영향이 미치고 공적인 기금이 낭비되는 결과가 빚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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